보이스피싱 경고 안 믿자, 은행 직원 "좋을 대로 하세요"…15억 털렸다

박효주 기자
2026.02.23 15:42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은행이 고객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의심하고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면 일부 과실이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YTN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전화금융사기 피해자 A씨가 시중 B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은행 측 과실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최근 60대 A씨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16억원이 든 예금을 해지한 후 4억원을 범인들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했다. 다음 날 해당 은행은 A씨가 돈을 보낸 계좌가 보이스피싱 의심 계좌로 신고된 것을 확인하고 연락했다.

당시 B 은행 직원은 "빨리 경찰서로 가세요. 은행 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A씨는 "지금 말하는 사람이 OO은행 누군지는 알고 있어야 되지않느냐"고 했다.

이에 은행 직원은 소속과 함께 "보이스피싱 대응하는 팀"이라고 답했지만 A씨는 이름만 집요하게 물었다.

A씨는 은행 직원이라며 전화가 올 경우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면 범죄조직원이니 응하지 말라는 보이스피싱범들 말을 믿고 직원에 이름을 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몇 분간 대화를 이어가다 A씨가 "내 돈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하는데"라고 말하자, 은행 직원은 "그러면 뭐 좋을 대로 하세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해당 계좌에 대한 송금을 정지한 것 외에 추가 조처는 없었다.

범인들은 이후 사흘에 걸쳐 A씨에게 또 다른 3개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지시했고 피해액은 15억6000만원까지 불어났다.

뒤늦게 사기 피해를 본 것을 알게 된 A씨 측은 은행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또 첫날 송금 당시 은행이 이상 거래로 판단해 두 차례 거래를 제한했지만 A씨가 주식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자 거래를 풀어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은행 측에 30%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고 4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은행이 피해자가 실제 주식 투자를 위해 송금한 것인지 추가 확인 없이 임시 조치를 해제하는 등 형식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또 A씨 계좌가 피해 의심되는 상황임을 알았음에도 이행해야 할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은행 측은 당시 경찰서 방문을 권유하는 등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충분히 안내했으며, 은행 자체 판단에 따라 임의로 출금을 정지할 수 없었다며 항소했다.

A씨 측은 피해액이 15억원을 넘어가는데도 은행이 안내 외에 추가적인 조치 없이 방치했다며 책임이 더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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