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상학계가 기후변화로 장마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현실을 고려해 장마 관련 정의를 재정립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강수 조건이 형성되는 기간에 따라 '장마철'에 포함될 수 있다.
일각에서 나오는 '장마철' 대신 '우기' 표현을 써야 한다는 의견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기상학회는 장마특화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관계 기관과의 약 2년간의 논의를 거쳐 △장마 △장마철 △장맛비 등의 학술적 용어를 재정의했다. 일반인 설문조사와 한국기상학회 대기과학용어심의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된 결과다.
새 정의에 따르면 '장마'는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를 의미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따라 정했다.
또 '장마철'은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며 북상하는 시기 남쪽의 온난 습윤한 공기과 북쪽의 찬 공기 사이에서 다양한 기작에 의해 한반도에 많은 비가 내리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는 기간'으로 정의됐다. 이때 '장맛비'는 장마철에 내리는 비를 의미한다.
새 정의를 적용하면 비가 적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는 날도 장마철에 포함될 수 있다. 단순히 비가 오는 기간이 아니라 강수 조건이 형성되는 시기로 봤기 때문이다.
과거 장마를 설명할 때 등장하던 '오호츠크해 고기압'은 정의에서 배제된다. 그 존재와 역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회는 "장마철 강수는 정체전선성 강수와 중위도 저기압성 강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태풍에 의한 강수는 장맛비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철희 한국기상학회장은 "변화하는 기후 환경 속에서 장마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장마철이면 반복되던 장마 원인과 형태에 대한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석우 장마특화연구센터장도 "정체전선 형성 시기로 제한한 기존 정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원인으로 장마철 강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고려했다"며 "'우기' 표현으로 대체하는 방안은 논의 결과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