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300억' 매년 어디 썼나… '홍명보 선임'도 다시 본다

오진영 기자, 오석진 기자
2026.06.30 04:04

경험있는 내외부 전문가 구성 조사위원회 출범 준비 착수
연간 예산집행 1300억~1500억 달해… 행정전반 살필듯
특정감사 관련 소송도 조속히 마무리… 수뇌부 교체 계획

문화체육관광부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대대적 쇄신에 착수한다.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임과정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문체부는 축구협회 조사위원회의 출범준비에 착수했다. 축구행정에 경험이 있는 내외부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축구협회가 수행 중인 행정 전반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전날 "조사위를 구성해 축구협회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조사위가 가장 먼저 들여다볼 항목 중 하나로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공적재원의 적정성 여부가 꼽힌다. 올해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스포츠토토를 판매해 얻는 복표 수입이 53억여원이며 정부 기금인 국민체육진흥기금만 81억여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100억~150억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정부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3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최근 5년간으로 넓혀 보면 보조금을 제외하고 복표 수입과 국민체육진흥기금만 보더라도 매년 300억원이 넘는다. 축구계 관계자는 "세부 내역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협회는 연간 1300억~1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이 중 약 20%가 정부 보조금"이라며 "(타 종목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맞지만 지원 폭이 상당한 것도 맞다"고 설명했다.

정부지원금 없이 운영되는 '축구 선진국'과는 다른 대목이다.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나 브라질, 미국 등 축구협회는 정부지원금이 없거나 매우 낮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아디다스·나이키 등 대형 브랜드와의 스폰서십, 입장권 수익과 사업 등을 통해 수입을 창출한다. 때문에 정부가 축구협회의 행정에 개입하거나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매우 적다.

문체부는 나랏돈이 쓰이는 축구협회의 특성상 이번 월드컵처럼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축구협회와 진행 중인 소송도 조속히 마무리해 수뇌부를 교체한다는 계획도 있다.

실제 문체부가 축구협회에 요청한 징계가 적법한지를 따지는 재판도 현재 진행 중이다. 29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지난 12일 축구협회가 "특정감사 결과통보 및 조치요구에 대한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대해 문체부가 한 징계요구의 효력이 정지된다는 뜻이다. 기한은 2심 본안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다. 2심 본안 재판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을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문체부는 2024년 11월 축구협회를 상대로 특정감사를 벌인 뒤 감사결과를 통보했다. 문체부는 정 회장의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를 포함해 임원 16명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조치요구에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절차 부적정 등 9개 사안에 대한 시정, 문책, 주의, 통보, 제도개선 요구도 포함됐다.

이어 문체부는 축구협회 재심의 신청을 기각했다. 축구협회는 소송을 내고 징계조치 요구에 대한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2월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효력은 1심 판결 시까지였다. 이에 정 회장은 같은 달 제55대 축구협회장선거에서 182표 중 156표를 받아 4연임에 성공했다.

집행정지 신청과 달리 1심 본안은 문체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이정원)는 축구협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낸 특정감사 결과통보 및 조치요구 취소소송에서 지난 4월 축구협회 패소로 판결했다. 문체부의 정 회장 징계요구가 정당하다는 취지다. 축구협회 정관상 회장이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 재판부는 다만 "축구협회가 징계요구를 따르지 않더라도 문체부가 추가감사를 실시할 수 있을 뿐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달 29일 이번 월드컵이 끝나는 대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축구협회 내부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정 회장 사퇴 결정으로) 업무공백이 발생하는 와중에 정계·정부의 압박이 잇따르자 예상보다 당황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국 축구를 좀먹는 적폐들이 사라질 때까지 모든 수단을 사용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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