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 뛰어!"
2019년 6월 30일 저녁 8시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은해(당시 28세)가 남편 윤모씨(당시 39세)를 향해 소리쳤다. 수영할 줄 모르던 윤씨는 거절했으나 이은해는 계속해서 "왜 안 뛰냐"고 다그쳤다. 함께 있던 이은해의 내연남 조현수(당시 27세)도 다이빙을 종용했다. 강요에 못 이긴 윤씨는 4m 높이에서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1991년생 외동딸 이은해는 국가보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하반신 마비 부모와 함께 살았다. 초등학생이던 2002년에는 MBC '러브하우스'에 출연해 인천 연수구의 9평 남짓한 집이 새롭게 단장된 모습을 보고 "엄마, 아빠가 오늘처럼 말을 많이 하고 우는 건 처음 봤다"며 "나중에 커서 받은 만큼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중학생 때부터 가출을 반복하며 범죄를 저질렀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성매수 남성에게 돈 받고 성관계를 가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에도 이른바 '조건만남'을 미끼로 남성들을 만나 금품을 훔쳤고, 고등학생 때는 특수절도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2011년 한 남성과의 사이에서 딸을 출산한 이은해는 주점에서 일하던 중 피해자 윤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2017년 3월에는 윤씨와 혼인신고하면서 딸을 입양시켰다. 윤씨 아버지로부터 신혼집 마련 명목으로 받은 1억원은 자신의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

혼인신고 5개월 뒤에는 윤씨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 4건을 체결했다. 윤씨가 55세 이전에 사망할 경우 총 8억원이 지급되는 조건이었다.
두 사람은 법률상 부부였지만 단 하루도 함께 살지 않았다. 이은해는 혼인 기간 내내 다른 남성과 동거하면서도 윤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15년간 근무하며 6000만원 넘는 연봉을 받던 윤씨는 결혼 이후 개인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구매한 라면과 생수로 끼니를 때울 정도였다.

이은해는 내연남 조현수와 교제하며 윤씨 살해를 공모했다. 두 사람은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한 펜션에서 복어 정소와 피 등을 넣고 끓인 매운탕을 윤씨에게 먹여 살해하려 했으나 독이 치사량에 미치지 못해 실패했다.
같은 해 5월에는 경기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했지만,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되면서 미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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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인 6월 30일에는 결국 윤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사건 당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으로 향한 이은해 일행은 윤씨를 깊은 물 속으로 끌고 갔다. 수영을 하지 못했던 윤씨는 그만하라며 반대쪽으로 가려고 몸부림쳤지만, 이은해는 계속해서 다이빙을 강요했다.
수영 실력이 뛰어났던 조현수는 4m 높이 바위에서 수심 3m의 물에 먼저 뛰어든 뒤 튜브를 착용한 채 구조해 줄 것처럼 행동했다. 계속되는 압박에 윤씨는 맨몸으로 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일행은 윤씨의 간절한 구조 요청에도 자리를 떠났고,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윤씨는 끝내 숨졌다.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단순한 물놀이 사고로 판단했다. 부검 결과 특이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고 익사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4개월간 내사 끝에 변사 사건으로 종결했다.
이은해는 윤씨가 숨진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조현수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보험사에 윤씨의 생명 보험금 8억원을 청구했지만, 사고 경위에 의문을 품은 보험사는 보험 사기를 의심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윤씨 누나는 동생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그는 "15년간 직장생활을 성실히 했던 동생이 사망 후 빚만 남겼다. 퇴직금마저 없다고 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건을 검토한 경찰은 살인과 보험사기를 의심하고 재수사에 나섰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은해와 조현수가 보험금을 노리고 윤씨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던 이은해와 조현수는 2021년 12월 2차 조사 출석을 앞두고 잠적했다. 검찰은 2022년 3월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이들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지명수배를 내렸다. 두 사람은 도피 끝에 같은 해 4월 경찰에 검거됐다.

사이코패스 진단 평가(PCL-R) 결과 이은해는 40점 만점에 31점을 받았다. 25점부터는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살인과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은해는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윤씨와 좋은 추억과 감정이 남아 있다"며 "제 아이를 친자식처럼 대해준 오빠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조현수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2차례 살해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피해자를 살해했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구조하지 않고 사고사로 위장했다"며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을 보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1심 선고는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이은해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뒤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했던 민사소송은 2023년 9월 기각당했다.

이은해와 윤씨의 혼인은 법원 판결로 무효가 됐다. 2024년 4월 인천가정법원은 윤씨 유족이 "결혼생활을 할 의사 없이 재산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고인과 결혼했다"며 이은해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윤씨가 이은해 딸을 입양한 것도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인천경찰청은 이은해의 과거 남자친구 2명의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했으나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종결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