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컵 위상이 그야말로 바닥을 치고 있다. 2025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국이 두 달 만에 세네갈에서 모로코로 번복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세계 축구계가 거센 분노와 충격에 휩싸였다.
영국 매체 'BBC'는 20일(한국시간) "세네갈의 우승 타이틀을 박탈하고 모로코를 우승국으로 바꾼 CAF의 결정에 대해 연맹 내부 고위 관계자조차 비열한 짓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나왔다. 당시 세네갈과 모로코가 0-0으로 맞선 정규시간 종료 직전,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모로코의 페널티킥이 선언되자 이에 항의하던 세네갈 선수단이 무단으로 그라운드를 이탈했다. 경기는 약 17분간 중단됐으나 이후 재개됐고, 세네갈은 모로코의 브라힘 디아스가 실축한 사이 연장전에서 파페 게예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모로코축구협회(FRMF)는 세네갈의 집단 이탈을 경기 거부로 규정하며 항소했다. 당초 CAF 징계위원회는 세네갈에 100만 달러(약 14억 8000만 원)의 벌금만 부과하고 경기 결과는 유지했지만, 상급 기관인 항소위원회가 이를 뒤집고 세네갈의 0-3 몰수패를 선언하며 우승 자격을 박탈했다.
약 두 달 만에 우승국이 바뀌는 촌극에 세계 축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토록 국제 메이저 대회에서 결승전 결과가 사후에 뒤집혀 우승국이 바뀌는 것은 축구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심지어 해당 대륙 고위관계자마저 격분했다. 오귀스탱 생고르 CAF 집행위원이자 전 세네갈축구협회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축구는 사무실이 아닌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것"이라며 "위원회가 자체 규칙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 규정을 위반하며 트로피를 빼앗아 모로코에 준 것은 매우 비열한 행위다"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압둘라예 팔 세네갈축구협회(FSF)장 역시 "법적 관점에서 세네갈이 타이틀을 잃을 이유는 전혀 없다"며 "불공정하고 전례 없는 이해 불가능한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세네갈 측은 이번 결정을 모로코의 압력에 의한 결과로 보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즉각 항소할 방침이다.
반면 모로코 측은 이번 결정을 반기고 있다. 이달 초 왈리드 레그라귀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모하메드 우아비 모로코 감독은 "모로코의 우승 자격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비판의 화살은 파트리스 모체페 CAF 회장과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도 향하고 있다. 클로드 르 로이 전 세네갈 대표팀 감독은 "CAF는 오랫동안 수준 높은 지도자가 부재한 상태다. 인판티노 회장의 통제하에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결정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던 이번 대회의 정신을 완전히 죽여버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