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런'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정규리그 막판 10연승을 거두며 6강에서 서울SK를, 4강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창원LG를 잇달아 셧아웃시키고 올라온 고양 소노의 저력이 벼랑 끝에서 다시 한번 폭발했다.
소노와 부산KCC는 오는 13일 오후 7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7전 4선승제)을 치른다.
3연패로 플레이오프 연속 스윕 기세가 꺾였던 소노는 4차전 경기 종료 0.9초 전 이정현의 결승 자유투 득점에 힘입어 기적 같은 1승을 거뒀다.
단 한 경기만 패배해도 준우승에 머무는 상황까지 내몰렸지만,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사령탑부터 선수들까지 사상 최초의 역스윕을 자신했다.
그 중심에는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음에도 코트 위에서 투혼을 불태운 14년 차 베테랑 정희재가 있었다. 정희재는 "KCC나 저희나 지금 다 0%의 확률에 도전하고 있다. 정규리그 6위 팀이 우승하는 것도, 소노가 3패 뒤 리버스 스윕을 하는 것도 모두 KBL 역사에 없던 0%의 확률"이라며 "확률을 따지기보다 서로 0%인 상황에서 누가 더 한 발 더 뛰고 간절하냐에 따라 최초의 타이틀 주인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날 1점 차 석패 후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 "호텔 복도에 아쉬움 섞인 욕설과 탄식이 가득했을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지만, 나까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부러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잡았다"고 회상했다.
부활한 임동섭의 활약도 결정적이었다. 1차전 10득점을 기록한 뒤 2차전에서 무득점 침묵했던 임동섭은 3차전 18득점(3점슛 4개)에 이어 4차전에서도 14득점(3점슛 4개)을 몰아치며 소노의 외곽을 책임졌다.
임동섭은 "KCC 선수들의 다리가 무거워 보였다. 4차전은 연장을 가더라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감독님이 원정 끝나고 올라가는 버스에서 밤새 다음 경기 계획을 짜느라 고생하셨는데, 본인을 더 힘들게 해달라고 하셨으니 더 고생하셔야 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선수 개인적으로도 9년 만에 나선 챔피언결정전인 만큼 "어디가 부러지거나 찢어지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고 비장한 각오도 덧붙였다.
손창환 감독은 선수들의 투혼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 감독은 "선수들에게 나를 괴롭혀달라고 했는데 정말 제대로 괴롭혀줬다. 노력과 열정이 재능을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라고 감격했다.
소노는 이제 안방인 고양으로 돌아가 5차전을 준비한다. 손창환 감독은 "5차전 매진 소식을 듣고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3차전부터 물러날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제 상대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홈에서의 필승을 다짐했다. 주장 정희재 역시 "이번 시즌 내내 이어온 미라클 런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고 싶다"며 고양을 거쳐 반드시 다시 6차전이 열리는 부산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