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으로 끌려가던 9회말 무사 1루. 어떻게든 주자를 진루시켜 동점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정준재(23·SSG 랜더스)의 두 차례 번트 시도는 모두 파울이 됐다. 이숭용(55) SSG 감독은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상황이 연출됐다. 정준재의 타구는 1-2루 간을 갈랐고 무사 1,3루에서 희생플라이로 동점, 채현우의 끝내기 2루타로 정준재가 홈을 밟으며 4-3 끝내기 승리를 챙겼다.
이숭용 감독은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처음에는 기습 번트를 사인을 내고 그 다음에는 히팅 사인을 냈다. 그런데 히팅을 내면 번트를 대고 번트를 내면 못 댔다. 2-2에서는 (히트) 앤드 런 사인을 냈다"며 "일단은 1점이라도 내야겠다 싶었고 빠른 공은 준재가 컨택트가 되니까 앤드 런을 냈는데 그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그 미스를 다 하고 마지막에 하더라. 준재가 야구장에서 조금 계산이 안 된다. 어떨 때는 너무 잘하고 어떨 때는 택도 안 되는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면서도 "그래도 많이 좋아지고 있으니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어제는 앤드 런 그 결정적인 하나로 이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50순위로 SSG 유니폼을 입은 정준재는 데뷔 시즌 88경기에 나서 타율 0.307로 팀을 이끌 미래로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32경기에 나섰으나 타율 0.245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38경기에서 타율 0.319(116타수 37안타)로 훨훨 날아오르며 박성한과 함께 강력한 테이블 세터로서 활약하고 있다.
번트 상황에서 다소 아쉬은 장면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 감독은 여전히 믿음을 나타냈다. "기습번트를 충분히 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번트로 댈까, 기습으로 할까 해서 기습을 대라고 했다가 결국 과감하게 치라고, 승부를 보자고 했는데 당황하긴 했다"고 웃었다.
결국 박성한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고 2사에서 채현우의 우익수 방면 2루타가 나왔다. 정준재는 빠른 발을 이용해 2,3루를 거쳐 홈까지 파고 들었다.
이 감독은 채현우에 대해 "큰 일을 했다. 투수도 동점이 된 상황부터 (이)로운이를 더 가느냐, (조)병현이를 가냐 고민하고 있었는데 딱 때렸다. (타구가) 여기서는 잘 안 보여서 맞는 순간에 파울만 아니면 들어오겠다 싶어서 뛰쳐나갔다. 그만큼 이기고 싶었는지"라며 "이거 됐다 싶었다. 현우가 정말 큰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콜업된 채현우도 타율 0.400(20타수 8안타)로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이 감독은 "현우도 연습 때 치는 걸 보면 손이 가장 포인트 앞에서 잘 나오는 선수였다. 재작년에도 요긴하게 썼고 지금 (김)성욱이나 (한)유섬이도 어느 정도는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본인이 열심히 또 하는 성향이다. 저는 열심히 하는 친구들한테는 한 타석이라도 어떻게든 기회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기회는 선수들이 잡는 것이다. 연습도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