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저에게 운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금융을 할 생각은 없었죠. 첫 직장이 삼성물산이었는데 금융이라는 '업'이 아니라 그저 좋은 직장을 찾아 삼성물산에 들어간 겁니다. 이제는 시대가 변해서 직장보다 직업을 선택해야 합니다. 운명 같은 직업을 찾으라는 거죠. 제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자주 해주는 얘기입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국내 최고의 금융전문가로 살아올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운명의 이끌림이 있었다고 답했다. 황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의 국제금융팀장과 삼성전자 자금팀장, 삼성투자신탁운용(현 삼성자산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을 지내며 금융의 길을 걸었다. 삼성이라는 '직장'을 선택했지만 그 속에서 금융이라는 '업'을 발견했다는 것.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가게 된 것도 운명이었다. 그는 "우리금융지주에 가서 금융 규제의 문제를 절감하게 됐다"며 "금융에 대한 시야와 견문을 넓힌 게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직장은 그릇일 뿐이지 운명은 아니다"라며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만들어 자신의 운명인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황 회장도 금융전문가가 되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굴곡의 시기를 보냈다. 삼성물산 시절 견문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공부를 하기 위해 회사를 박차고 나와 런던정경대를 졸업해 파리바은행 서울지점에 들어갔다. 같은해 뱅커트러스트은행 도쿄본사로 스카웃이 됐고 1989년에는 삼성이 그를 다시 찾았다.
그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게 아니라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하는데 그 정도의 담대함과 자신감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파고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만큼은 세계 최고를 목표로 잡고 불타는 열정으로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업계를 대변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황 회장의 시선 역시 세계에 맞춰져 있다. 그는 "미국 금융산업이 크게 부상할 때 우리는 자본이 없어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고 1980년대 영국의 금융빅뱅도 놓쳤다"며 "지금 중국 금융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텐데 이번에는 한국 금융산업이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필
▷서울대 무역학과 ▷런던정경대 경영학과 ▷삼성물산 국제금융 근무 ▷파리바은행 차장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 인사팀장 ▷삼성전자 자금팀장 ▷삼성생명보험 전략기획실장 ▷한미은행 비상임이사 ▷금융발전심의회 국제금융분과 위원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법무법인 세종 고문 ▷KB금융지주 회장 ▷차병원그룹 총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