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봄내음이 가득하다. 동여의도 증권가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눈에 띄게 가벼워졌고, 길가의 앙상한 나뭇가지도 겨우내 잠자던 눈을 틔우려 한다.
여의도 자본시장의 분위기도 '봄날'이다. 최근 증시 상황과 별개로,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높다. 지난해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과제의 '4대 전략·12대 과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세부 정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고, 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도 여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구성원들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모두 자기 일에 열심이다.
금융투자업계 경영진들은 '열정적'으로 전방위로 뛰며 시장 과제를 이슈화하는데 성공했고, 여당은 당 대표를 비롯한 핵심 인사들이 두 차례나 직접 현장을 찾아 얼굴을 맞대는 파격을 보였다.
금융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은 '불필요한 규제를 풀겠다'며 연일 '야근'을 하고, 장관은 각종 행사에 참석해 몇 시간씩 자리를 지키며 시장 목소리를 듣는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좋다. 그러나 열심히 뛰는 만큼 당초 방향성과 목적을 재점검해 보는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선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의 협력을 못 미더워하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언제 한번이라도 정치권이 금융투자 시장에 순수하게 관심을 보인 적이 있냐"고 반문했다. 시중의 막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제도를 혁신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반대의 목소리가 있기 마련이다. 부당한 반대는 설득하고 극복해야 하지만, 합당한 지적에는 귀를 기울이고 대안을 제시하는게 바람직하다.
금융투자시장 개혁은 곧 규제완화를 뜻한다.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라이센스' 산업에서 규제를 푼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참여자에게 '자율'을 준다는 의미다. 준비된 투자자에게 '자율'은 성배와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독이 든 잔이 될 수 있다.
시장도 제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한다. 시장개혁의 동력을 외부에 맡겨버리는 순간, 더 이상 자기 목소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