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높은 수익률을 이어가자 증권가에서 과열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투자자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매수세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는 가운데 AI(인공지능) 관련 투자 과열 논란이 함께 부각된다.
27일 오전 11시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1.25포인트(1.92%) 내린 6186.02를 나타낸다.
코스피는 지난해 2000선에서 단숨에 4000을 돌파하며 76% 상승률을 기록해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 전세계 주요국 증시를 제치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률은 47%에 달해 주요국 증시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특정 국가 증시가 해를 이어가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례는 없다며 경계감을 드러낸다. 단기적으로는 고객예탁금이 100조원을 넘겨 코스피 수급을 뒷받침하겠지만 이런 상승 흐름의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분석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배경에는 2024년 진행된 밸류업 프로그램, 지난해 상법 개정 등이 있었다"며 "국내 산업 중에서는 사실상 반도체만 좋았던만큼 현재 주가지수는 이같은 정책 기대감과 실적 모멘텀을 상당 부분 반영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26일(현지시각) 한국 코스피200 지수가 닷컴버블 당시를 웃도는 과열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CLSA는 "한국 코스피200은 장기 이동평균선을 기준으로 보면 기록적인 프리미엄을 기록해 극도로 과열됐다"며 "미국 기술주 중심으로 하방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시장 상황은 추격 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이익 실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수급적 측면에서 개인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달 들어서 외국인투자자는 13조3460억원 순매도했고 보험과 연기금도 각각 1조3378억원, 3343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6조3193억원 순매수했다. 이날도 외국인투자자가 3조7863억원 순매도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가 3조4349억원 순매수 중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외국인투자자 수급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2월 들어서는 순매도세로 전환했다"며 "오늘도 4조원 가까이 코스피에서 매도하고 있는데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GI(일반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에 연이어 자금을 조달하는 가운데 시장의 불안감도 커진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AI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과 은행권 관련 대출 확대가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한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IT 및 소프트웨어 기업에 주로 투자해오던 블루아울 캐피탈이 최근 사모대출 펀드 환매를 중단했는데 AI와 소프트웨어 섹터의 부진이 심화하면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다른 운용사로 신용 리스크와 투자자 불안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며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날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과열 기준선인 50을 웃돌고 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코스피가 5000선에서 6000선을 돌파한 지난 12일부터 26일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간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주가 급등으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FOMO(포모)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가 2021년 HMM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HMM은 팬데믹 당시 컨테이너선 쇼티지(공급부족) 논리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며 "SK하이닉스 주가, EPS(주당순이익), PER(주가수익비율)은 당시 HMM과 거의 동일한데 올해 주가는 더 오를 수 있겠지만 내년초부터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