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은 자회사가 기업공개(IPO),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됐다. 알짜 사업부를 분할 한 중복상장은 기업가치가 자회사로 쪼개긴 모회사의 주가에 타격을 입힐 때가 많았다. 소액주주의 투자 손실은 시장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뜨렸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졌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85배를 기록했다. 1년 전(0.92배)에 비해 2배 성장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같은 기간 13.83배에서 24.10배로 상승했다. PBR과 PER은 일반적으로 낮을수록 저평가, 높을수록 고평가된 상태로 해석한다.
투자업계에선 증시 지표가 상승했음에도 아직 저평가 단계를 벗어나진 못했다고 본다. 코스피 상장사 809곳 중 자료가 없거나 지표를 산출할 수 없는 6곳을 빼고 PBR이 1배를 밑돈 업체는 554곳. 코스피 상장사 중 약 70%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당장 기업을 청산했을 때 가격에도 못 미쳤다.
이런 주가 저평가의 핵심 요인으로 중복상장이 꼽혔다. 중복상장은 사업이익이 분산되거나 중복 평가돼 기업 입장에서 유리하지만, 기존 주주에는 불리하는 지적을 받는다. 이들의 입장에선 주식으로 투자했던 회사의 이익을 곧바로 가져가지 못하고, 지분율에 따른 재무 효과를 지켜보는 게 최선이다.
2020년 2차전지 사업부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해 상장시킨 모기업 LG화학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LG화학의 시총은 20조5071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83조70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와중에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70%까지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LG화학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LG화학의 주당 가치는 희석된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 발행은 시장에서 새롭게 유통된 것이다. 유통물량이 늘어나면 주당순이익(EPS) 지표가 분산되면서 주식 가치가 하락한다. LG화학의 주가는 이날 장 마감 기준 31만8000원으로 물적분할 당시 고점인 105만원 대비 3분의 1 토막났다.
또 다른 중복상장 사례로 카카오가 꼽힌다. 카카오는 중복상장을 외형 확장 창구로 쓰면서 껍데기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분사해 상장한 업체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이다.
카카오가 지주사 역할을 자처해 알짜 사업부를 떼 내면서 주가는 우하향했다.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대했기 때문에 플랫폼의 가치가 여러 기업 주가에 중복평가 되기도 했다. 카카오의 상장 자회사에서 일부 임직원은 스톡옵션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고, 개인은 평가손실을 입으면서 기업 신뢰도에도 타격을 줬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중복상장이 그간 분할 자회사의 자체적인 자금조달 기법으로 활용됐던 만큼, 과도한 규제는 피해야 한다고 본다. 상장사가 아닌 자회사는 지분을 담보로 하는 EB나,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CB를 발행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은 온전히 모회사의 부담이 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모회사는 중복상장 한 자회사의 지분율을 낮추면서 외부자금을 수혈하게 되는데, 이 경우 수급에 악영향을 미쳐 주가는 떨어지고 리스크가 공유된다"며 "다만 자사주 소각처럼 적응 시간을 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사업을 위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받는 경우까지 막는다면 금융생태계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