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급등과 롤러코스터 장세, 터보퀀트 등 AI(인공지능) 수급 관련 이슈와 맞물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의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이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업계는 외국인 지분율 변동이 크지 않은 만큼 올들어 급등한 주도주 관련 리밸런싱(재조정) 흐름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본다.
5일 한국거래소(KRX)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5조원 규모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 약 6조6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 올해 3월 한 달간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이보다 5배가량 많은 36조원에 달했다. 월 외국인 순매도 중 역대 최대치다. 그만큼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강했다.
일각에선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외국인의 자금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상황으로 환율마저 불안정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등 자금이탈을 유인하는 환경도 조성돼서다. 원화약세가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외국인 매도흐름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2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은 36.45%로 올해 1월2일 36.67%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거래일은 중동발 리스크가 부각되기 전인 2월26일로 38.10%였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오히려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연초 대비 높아졌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올해 약 10조원가량을 순매도했는데 외국인 비중은 1월2일 9.94%에서 지난 2일 10.39%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주요 순매도 종목이 반도체, 자동차 등 올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코스피 주도주에 몰렸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외국인은 올해 삼성전자를 약 37조원, SK하이닉스를 약 18조원, 현대차를 약 8조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들 종목과 연관이 있는 삼성전자우와 기아를 제외하고 외국인 순매도가 나타난 다른 상장사들의 순매도 금액은 1조원 아래다.
이에 따라 아직은 리밸런싱 흐름일 뿐 외국인의 이탈 흐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은택 KB증권 자산배분전략 이사는 "반도체와 자동차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포트폴리오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이) 리밸런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매도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며 "2000년 이후 세 번의 강세장(브릭스, 팬데믹, 현재)에서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끌어올린 적은 없고 모두 외국인이 매도했지만 코스피지수는 급등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