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코스피지수가 기관 매수에 힘입어 역대 최대 상승폭(606.64포인트)으로 급등하면서 7800대에 안착했다. 삼성전자 노사의 특별경영성과급 잠정 합의, 미국과 이란의 종전 기대 재점화,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대한 기대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됐다.
다만 삼성전자 노사합의를 둘러싼 조합원 찬반 투표가 예정돼 있고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의 실현 여부도 지켜봐야해 대내외 불확실성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날밤(한국 시각 기준)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경제 지표 발표 이후 미국 금리 흐름도 변수다.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606.64포인트(8.42%) 오른 7815.5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종가가 7800을 넘은 것은 지난 14일(7981.41)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지수는 277.42포인트(3.85%) 높은 7486.37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키워 장중 610.28포인트(8.47%) 오른 7819.23까지 상승했다.이날 상승폭(606.64포인트)은 기존 1위였던 지난 3월 5일(490.36포인트·종가 5583.90)을 넘어선 사상 최대 상승폭이며 상승률(8.42%) 기준으로는 2008년 10월 30일(11.95%·종가 1084.72) 등에 이은 역대 6위다.
코스피시장에서 수급 주체별로 기관이 2조884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조6386억원, 2434억원을 순매도했다. 장 초반 순매수했던 개인이 급등 국면에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지수도 49.90포인트(4.73%) 오른 1105.97에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364억원, 기관이 1384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2580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24분2초 코스피시장에, 이어 9시27분1초 코스닥시장에 각각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피는 코스피200 선물이 5% 이상, 코스닥은 코스닥150 선물(6% 이상), 코스닥150 현물(3% 이상)이 동시에 오른 상태가 각각 1분 이상 이어지면 발동된다. 발동되면 5분간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이 정지된다. 코스피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한 것은 올들어 9번째이고 코스닥은 7번째다.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는 지난 11일 이후 처음 발동됐고 코스닥은 4월8일이 최근 발동 사례다.
삼성전자는 8.51% 오른 29만9500원, SK하이닉스는 11.17% 오른 19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밤 노사가 특별경영성과급에 잠정 합의하면서 총파업 가능성이 후퇴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정규장 개장 전 프리마켓에서 사상 최고가인 30만원까지 올랐다.
이 밖에 이날 정규장에서 SK스퀘어(+14.58%), 삼성생명(+13.78%), 삼성전기(+13.48%), 현대차(+12.50%), 두산에너빌리티(+7.01%)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자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인 삼성생명·삼성물산(+12.96%)주가도 함께 올랐고, 삼성전기는 글로벌 대형기업과 실리콘커패시터(반도체용 전력 안정화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코스닥에서는 이오테크닉스(+18.83%), 레인보우로보틱스(+16.46%), 에코프로비엠(+10.36%), 에코프로(+9.35%) 등이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힌 것도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서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다. 간밤 미국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투자심리도 커졌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호실적 및 수출 호조발 반도체 투자심리 개선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향후 외국인 수급의 유입 지속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지수 레벨업도 기대 가능하다"라고 했다.
일본 증권사 노무라는 전날 한국 증시에 관해 펴낸 보고서에서 향후 몇년간 반도체 종목이 코스피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며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7500~8000에서 1만~1만1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KB증권이 강세장에서 코스피 1만500, 현대차증권이 1만2000 시나리오를 내놓는 등 국내 증권가에서 코스피 1만 가능성은 거론됐지만 외국계 증권사가 1만 넘는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다만 이번 반등을 안도 랠리로 단정하기엔 경계할 대목도 남아 있다. 증권가는 종전 기대의 핵심 근거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로 이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이란을 상대로 전쟁 재개를 거론했다가 다시 종전을 언급하는 등 발언을 뒤집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란 문제뿐만 아니라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식 내러티브(서사) 경제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단체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노사 잠정안이 조합원 투표를 거쳐 확정되면 효력 정지 가처분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합의 이행을 둘러싼 법적 분쟁과 사회적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시각 기준 이날 밤 9시30분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5월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가 발표된다. 지난 4월 미국의 물가지수가 크게 오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