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총' 마무리…주주들 목소리 커졌다

김사무엘 기자
2019.03.29 17:29

한진칼 '국민연금 제안' 무산, 금호산업 박삼구 회장 자진 사퇴…곳곳서 주주 권리 요구 커져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29일 약 600개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가 몰린 '슈퍼 주총 데이'를 끝으로 올해 주총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이날 한진칼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를 박탈당할 위기에서 벗어나며 한숨을 돌렸다. 최근 채용 비리가 불거진 KT에서는 황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올해 주총은 대한항공에서 조 회장이 물러난 것을 비롯, 최근 주주 행동주의 바람으로 주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주총을 연 상장사(코넥스 포함)는 595곳으로 올해 주총을 여는 12월 결산 기업 2200곳의 27%에 달한다. 최근 굵직한 이슈가 발행했던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KT 등 주요 기업들의 주총이 몰려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한진칼 주총의 최대 관건은 이사의 자격을 강화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었다. 조 회장이 한진칼 대표 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안건이었기 때문이다. 한진칼 3대 주주(지분 7.16%)인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 안건은 '횡령·배임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이었다. 조 회장은 현재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재판 결과에 따라 이사직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건은 찬성 48.66% 대 반대 49.29%로 부결됐다. 정관 변경은 특별의결 사항으로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66.67%) 동의를 얻어야 한다. 조 회장은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주주들의 반대로 대한항공 대표에선 물러났지만, 한진칼 대표는 유지하면서 여전히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관심을 모았던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 한진칼의 표 대결에서는 KCGI가 완패했다. 지분 10.81%를 보유한 2대 주주인 KCGI는 이날 회사 측이 상정한 안건에 모두 반대했으나 안건은 70~80%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조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이 28.93%로 많고, 다른 주주들 역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석태수 대표이사의 연임을 비롯한 회사 측 안건 대부분에 찬성했다.

금호산업 주총에서는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철회됐다. 전날 박 회장이 최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회계사태의 책임을 지고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 및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대표 자리도 사퇴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총장에서는 김수천 대표 등 주요 임원들이 최근 회계사태에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재감사를 통해 25일 '적정' 의견을 받긴 했지만 주가 급락은 피할 수 없었다.

김 대표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고도화를 진행해 취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하겠다"면서 "앞으로 더욱 건실하고 투명한 경영으로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벌어진 기내식 사태와 관련해 사장직에서 물러난 김 대표는 이날 주총을 끝내고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난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KT 주총장에서는 일부 주주들이 황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채용비리와 고액 자문료 의혹 등에 관한 주주들의 설명 요구에 황 회장은 "이 자리에서 논의하기 부적절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두산중공업 주총에서는 자금난에 빠진 자회사 두산건설 지원에 대해 질타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컸다. 국민연금이 배당확대를 요구한 남양유업에서는 해당 안건이 상정됐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슈퍼 주총 데이'를 끝으로 올해 정기 주총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올해는 섀도 보팅 폐지와 3%룰(감사 선임시 최대주주의 지분을 3%까지만 인정하는 것) 규제 등으로 감사 선임이 불발된 기업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안건 부결이 발생한 기업은 약 120곳이며 이중 약 90건 감사 선임 안건이었다. 지난해 부결 건수 76건(감사 부결 56건)을 훌쩍 넘은 수치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9일에도 안건이 부결된 곳은 약 40곳이다.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새로운 감사를 선임할 때까지 기존 감사가 업무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업계에서는 불합리한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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