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복 IBS 원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한국 기초과학 지향점, 근본적으로 바꿀 것"
젊은 과학자가 이끄는 '개척가형 연구단' 10개 출범 계획

"30~40대 젊은 연구단장이 이끄는 개척가형 연구단을 5년 내 10개 이상 출범하겠습니다."
국내 최대 기초과학 연구기관 IBS(기초과학연구원)의 제4대 원장으로 취임한 장석복 원장은 1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원장은 글로벌 학술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8년 연속 이름을 올린 세계적 화학자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자는 목표로 IBS가 출범한 2012년부터 약 14년간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을 이끌었다.
연구단장 출신으로 내부 기용된 첫 원장인만큼 장 원장은 IBS의 체계적 한계와 기초과학계 전반의 아쉬움을 누구보다 절감한다. 장 원장은 "그간 연구단장으로 열심히 일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지향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IBS를 통해 이뤄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승진이나 임용을 위해 (연구 초기부터) 논문을 몇 편 이상 내야 한다는 생산성 경쟁이 지배적"이라며 "연구계 입문 후 최소 5~7년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하는 데 시간을 쏟는 해외 연구계와 가장 큰 차이"라고 했다. 또 "젊은 연구자가 초기부터 이런 경쟁에 익숙해지면 10~20년 후에도 이 관점 안에 머물게 된다"고 우려했다.

장 원장은 이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IBS에 '개척가형 연구단'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원장이 직접 '최고 인재 책임자'가 돼 잠재력 있는 젊은 연구자를 영입한다. 30대 중후반, 40대 초반의 젊은 연구자를 '연구단장'으로 기용하는 게 핵심이다. IBS의 연구단장은 100%에 가까운 자율성을 보장받는 자리다. 단장은 각 연구단의 기획·예산 배분·인사를 총괄한다. 단기 성과에 대한 압박도 적은 편이다. 최소 10년, 사실상 '평생 임기'(테뉴어)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장 원장 역시 10년 이상 단장직을 수행했다. 이같은 자리를 젊은 연구자 중심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독일 막스플랑크의 경우 연구단장 임명 시기가 보통 41세이고 연구를 시작한 시기는 37~38세"라며 "우리도 연구자가 연구를 주도하는 시점을 더 앞당겨 전폭적 지원 속에서 (생산성 경쟁 없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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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수월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상향은 수월성과 혁신성이 평형 관계를 이루는 것인데, (지원 체계 속에서) 수월성이 잠깐 정체될 순 있지만 10년 후 반드시 다시 상승한다"며 "독일 막스플랑크가 그 사례"라고 했다.
인재 발굴은 IBS가 그간 운영해온 동료평가 시스템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IBS는 연구단 평가 시 세계적 연구자 8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을 구성한다. 글로벌 학계 기준에 근거한 객관적 평가를 위해 8명 중 5명은 해외 석학으로 채운다. 장 원장은 "신뢰도 높은 평가시스템이라고 자부한다"며 "자기 씨앗을 이미 갖고 있고, 동료 평가를 통해 더 큰 나무로 자랄 인재를 영입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기초과학 중심 연구기관 특유의 '폐쇄성'도 혁파한다. 대학·출연연·기업·병원과의 연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장 원장은 "기술과 과학이 분리된 시대는 지났다"며 "기초과학도 (산업계와의) 장벽을 제거해야 하고, 병원이나 기업이 먼저 제안한 연구 주제를 IBS가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방향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