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급 조직 승격 후 첫 국정감사장에 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딥페이크 기술 오남용 등 국민의 '디지털 안전'에 대한 힐책이 쏟아졌다.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지난달 국정자원 화재 사고와 관련해 과기정통부의 대응이 미비했다는 야당 측 지적이 나왔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자원 화재 전후 과기부총리의 시간대별 활동 내역과 대통령실과의 공문 교환 내역, 국가전산망 화재 피해의 복구 현황 및 복구 불가능한 자료 목록을 제출해달라 요구했는데 핵심 내용 없이 부실한 자료만 있다"며 "정상 작동하지 않은 29개 시스템의 복구 현황이 어떻게 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전센터 화재로 피해를 입은 과기정통부 소관 정보시스템 29개 중 10개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또 백업(이중화) 시스템 구축 시점에 대해서는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부처별로 백업 시스템의 용량과 서비스 규모가 달라 현재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 중이다. 10월 말까지 백업에 소요되는 기간, 예산 등을 산출해 보고하겠다"고 했다.
과기정통부가 'AI(인공지능) 3대 강국'을 이끌 주무 부처임에도 AI 안전·신뢰성과 관련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박장범 KBS 사장을 모델로 만든 가짜뉴스 영상을 틀며 "음성파일, 동영상, 사진만 있으면 몇 분 안에 금방 만들어낼 수가 있다. 굉장히 무서운 일"이라며 "(가짜뉴스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제도적으로 보완되지 않으면 AI가 '디지털 괴벨스'가 된다"고 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허위 내용으로 제작한 딥페이크 영상을 틀었다. 영상에는 이춘석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AI 관련 주식 거래를 앞두고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의 보고를 받았음을 암시하는 변조 음성이 실렸다. 김 의원은 "단 몇 초 만에 아주 쉽게 만든 영상인데 이런 영상이 퍼지면 특검 얘기도 나올 수 있다"면서 "과기정통부에는 (AI 기술 오남용을 관장할) 제대로 된 부처조차 하나 없고 부처 간 협업도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배 부총리는 "과기정통부가 부총리 조직으로 승격하며 AI실이 생겼고 AI실 산하에 인공지능안전신뢰정책과와 인공지능안전신뢰지원과 등 2개 과가 신설됐다"며 "과기정통부가 AI의 산업 진흥만큼 안전과 신뢰에 대한 부분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딥페이크 기술 오남용처럼) 신뢰와 안전에 대한 부분을 우리가 확실하게 지켜내지 못한다면 AI 산업 진흥도 물거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 부총리는 2023년 당시 발생한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사태와 관련해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배 부총리는 "R&D 예산 삭감으로 국내 연구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특히 청년 연구자와 신진 연구자의 피해가 매우 컸다"며 "R&D 예산 삭감으로 피해 입은 모든 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R&D 예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기초 연구에 투자하도록 노력하는 의무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R&D 예산 일괄 삭감 경위와 관련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상목 당시 경제수석이 R&D 예산을 10조원에 맞추라고 지시한 게 과기정통부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되는데 대통령실이 (R&D 예산 삭감을) 지시했다고 볼 여지가 있냐"고 묻자 배 부총리는 "맞다"고 했다. 삭감된 예산에서 필요한 예산만 '벽돌쌓기' 식으로 추가하는 과정도 "(전 경제수석이)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R&D 예산 삭감의 경위와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과기정통부 'R&D 예산 삭감 진상조사 TF'는 이번 국정감사 종합감사 전까지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과방위 국정감사는 오전 중 한 차례 파행을 겪기도 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딥페이크 영상을 틀던 중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와 여야 간 고성 다툼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