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스타크래프트1 프로리그가 공식 폐지됐을 때 업계에선 "이 종목은 끝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스타1은 사라지지 않았다. 무대가 방송사에서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SOOP이 운영하는 'ASL(아프리카TV 스타리그)'은 올해로 10년째, 시즌22를 준비 중이다.
SOOP에 따르면 ASL은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시청자 2억명을 기록했다. 우승 상금은 3000만원 수준이다. SOOP 관계자는 "무대를 잃은 선수와 해설진이 스트리머로서 새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성 낮은 리그를 10년째 유지하는 이유가 선의만은 아니다. 리그를 발판으로 이용자가 유입되면 플랫폼 내 콘텐츠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별풍선·구독 같은 파생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SOOP이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 MSI를 중계하며 시청 미션과 경품 이벤트로 이용자를 플랫폼에 붙잡아둔 것도 같은 설계다. 실제 SOOP 매출의 70% 이상이 별풍선·구독에서 나온다. 리그 자체의 수익이 아니라 리그가 끌어들이는 트래픽이 진짜 노림수인 셈이다.
이런 흐름은 스타1만이 아니다. 스타크래프트2도 2017년 프로리그가 폐지된 뒤 개인방송 리그 GSL로 명맥을 옮겼고, 국제대회 진출길까지 좁아지자 아예 팬 구독·후원을 모아 대회 규모를 정하는 크라우드펀딩형으로 전환했다. 네이버(NAVER) 치지직도 스타1 스트리머 대항전을 산발적으로 연다. 리그가 사라진 종목이 개인방송에서 살아남는 것은 지난 10년 반복돼 온 패턴이다.
문제는 이 생존이 특정 플랫폼 하나에 통째로 걸려 있다는 점이다. 2019년 브루드워 리그 KSL이 폐지되면서, 스타1 프로 경기를 볼 창구는 사실상 SOOP 한 곳으로 좁혀졌다.
2023년 말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하자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코리아(LCK) 시청자가 약 26% 급감했다. 나현수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사무국장은 "시청자가 많은 플랫폼에 유명 스트리머가 몰리고, 그 스트리머가 다시 시청자를 부르는 네트워크 효과가 스트리밍 시장의 승자독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퇴 선수들에게 개인방송은 새 무대이자 동시에 유일한 무대다. 이영호 선수는 2016년 은퇴하며 "아프리카TV에서 스타1 방송을 하며 제2의 게이머 인생에 도전하겠다"고 했고, 2024년 복귀해 올해 5월 ASL 시즌21 준우승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개인방송행은 미담이라기보다 팀 해체와 재취업 부재 앞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생계 수단에 가까웠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사가 떠난 자리를 플랫폼이 채웠지만, 그 무대가 단 하나의 민간 플랫폼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이 생존 서사의 이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