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약가 인하 방침에 제약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통한 수익성 방어 작업에 나섰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되면 약가 우대를 받아 상대적으로 약가 인하의 타격을 덜 받기 때문이다.
1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일부 제약사들이 올 하반기 혁신형 제약기업 신규 인증을 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약사로는 종근당, JW중외제약, 삼진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이 꼽힌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정부의 약가 인하 발표 이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관련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통상 혁신형 제약기업이 되면 정부 지원사업 참여 때 가점 부여, 약가 우대, 세제 혜택, 인허가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가능하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약사들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정부가 올 하반기(4분기 예상)부터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최대 16% 인하하는 대규모 약가 개편에 나서면서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약가 인하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혁신형 제약기업은 약가를 우대해 신약 개발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기업의 복제약 가격은 오리지널(원조약) 대비 53.55% 수준에서 45%로 단계적으로 낮추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은 이보다 4%포인트(p) 높은 49%의 약가를 4년간 부여하기로 했다. 신규 복제약을 등재할 때도 혁신형 제약기업 약은 오리지널 대비 60%로 최대 4년간 우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혁신형 제약기업이 되면 약가 인하에 따른 매출 타격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전에도 제약사들이 혁신형 제약기업이 되려고 애를 많이 썼다"며 "이번에 혁신형 제약기업은 우대하겠다는 약가 제도 개편안이 나왔고, 정부도 신약 개발과 연구개발 투자가 많은 회사를 우대하겠다는 기조로 가니까 그런 쪽에 발맞춰 더 많은 제약사들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R&D 비중을 높여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겠다는 기업도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 타격이 큰데, 이전에 행정처분 받은 내역 등으로 당장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신청을 하지 못한다"면서도 "2028년에는 R&D 비중을 높이는 등 요건을 맞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2029년 하반기부터 '의약품 매출액 대비 의약품 R&D 비율' 기준을 2%포인트씩 상향한다. 직전 3개년도 평균 매출액 1000억원을 기준으로 그 미만은 7%에서 9%로, 그 이상은 5%에서 7%로 올린다. 미국과 유럽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규정인 cGMP나 유럽연합(EU) GMP를 보유한 기업도 인증 시 R&D 비율을 3%에서 5%로 2%포인트 올린다. 현재 혁신형 제약기업은 48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