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법조계에서 위헌 소지가 있단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과도한 소송 부담'과 실제 필수의료 인력 감소는 관련이 없어, 개정 취지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진단 지적이다.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14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위헌성 진단 긴급 토론회'에서 "개정안 취지와 달리 형사책임을 완화하면 필수의료 인력이 증가할 것이란 가정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형사책임을 타 분야 대비 완화하면 윤리적·법률적 기준이 하향 평준화돼 의료사고 발생이 늘고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법조인 대부분은 의료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관련 판결이 2019~2023년 5년간 연평균 34.4건에 불과하단 내용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근거로 들며, 법안 개정 목적조차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보건복지부가 위탁한 것으로 지난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박 변호사는 "필수의료행위 관련 형사책임이 타 분야 범죄 대비 과도하다거나, 그간의 법원 판단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등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실질적 자료가 제시돼야 한다"며 "의료계가 주장하는 과도한 형사처벌은 사실이 아니라고 이미 결론 난 부분"이라고 말했다.
개정안 내용을 두고는 '형사기소 제한'이 주요 쟁점으로 언급됐다. 박천우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소위원회 위원(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은 "보통은 임의적으로 형의 감경·면제 특례가 반영되는데 이 개정안은 환자 사망 시에도 손해배상금 전액을 주면 형사 절차로 가는 진입구 자체를 원천 봉쇄하겠단 것"이라며 "개정안 내용 관련 공론화 과정조차 미흡한 졸속 심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법무부와 법제처로부터 합헌 의견을 전달받았단 입장이다. 이날 복지부가 제시한 개정안 관련 법무부·법제처 의견에 따르면 △목적의 정당성(고위험 필수의료 종사자의 안정적 진료 환경 구축) △수단의 적합성(기소제한 외 적절한 대안이 없는 상황) △침해의 최소성(공익성·위험 내재성을 고려한 손해배상 완료 조건) △법익의 균형성(제한되는 피해자 재판절차진술권에 비해 보호되는 국민의 생명·건강 보호란 공익이 현저히 큼)의 기준에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정부는 입법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도 강조했다. 신현두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토론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의료사고 안전망이 필요하단 문제의식에서 (전 정부)의료개혁특별위원회부터 현 정부 의료혁신위원회까지 장기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라며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사항을 바탕으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쟁점인 '중과실 범위'에 대해선 "법안 내 12개 유형은 일종의 예시"라며 "의료인과 환자의 중과실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방승주 한국헌법학회 자문위원(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의료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은 (개정안처럼)중과실 유형을 규정한 상태로 입법한 뒤 점차 보완하는 실험 입법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의료사고 피해자의 신속 구제가 입법 목적인 만큼 이를 충족할 손해배상 대불제도를 이유 없이 폐지하는 개정 방향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