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의 의료 인공지능(AI) 사업이 단순한 매출 고성장 단계를 넘어 '질 좋은 매출 구조'를 만드는 단계에 진입했다. 매출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꾸준히 수익이 발생하는 구독형(SaaS) 구조와 재계약, 확장 계약 등 질적 개선을 통해 글로벌 의료AI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지난해 전년 대비 53.3% 증가한 851억원의 매출을 기록, 미국 '하트플로우'(약 2500억원), 이스라엘 '비즈닷에이아이'(약 1100억원)에 이어 글로벌 의료AI 기업 매출 3위에 올랐다. 루닛 인터내셔널(舊 볼파라)을 통해 확보한 구독 기반 매출 구조와 루닛 인사이트의 높은 재계약률 등이 맞물린 성과다.
특히 루닛이 주목하는 지점은 매출 규모가 아닌, 수익의 선순환 구조다. 루닛 매출의 질적 성장은 △SaaS 기반 반복매출 △높은 재계약률 △단계별 매출 확장 구조라는 세 축이 핵심이다. 이 가운데 중심축은 루닛 인터내셔널을 통한 반복매출이다. 루닛 인터내셔널은 유방암 전주기를 관통하는 디지털 솔루션 공급 기업으로, 북미 시장에서 병원들과 SaaS 계약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볼파라 매출은 98%가 구독 기반 SaaS로 구성돼 있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SaaS 매출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계약을 맺지 않아도 기존 매출이 자동으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이는 매년 신규 계약에만 의존하지 않는 구조다. 기존 고객 기반 수익을 바탕으로 추가 고객 확보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루닛의 자체 사업인 '루닛 인사이트' 사업 분야도 비슷한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루닛의 흉부 엑스레이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과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등 AI 제품은 전 세계 1만여개 의료기관에서 사용 중이며, 재계약률이 95%에 달한다.
루닛은 해외 병원·헬스케어 그룹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량 및 규모에 따라 라이선스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한 번 고객이 되면 쉽게 이탈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 범위와 도입 기관 수가 확대되는 특성을 보인다. 여기에 루닛 인터내셔널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의 유방암 검진 데이터와 고객망을 흡수하며 교차 판매(Cross-selling) 시너지도 극대화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역시 단계별 매출 확장을 통해 질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루닛 스코프는 제약사, 연구실(Lab), 임상수탁기관(CRO) 등 기업과의 협력 단계에 따라 매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수 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되는데 1단계는 파일럿 연구다. 소규모 데이터로 AI 성능과 연구 가치를 검증하는 단계로, 제약사는 이 단계에서 AI의 효용을 검증한다. 2단계는 본 프로젝트로, 프로젝트 규모와 금액이 상당히 커진다. 진행 기간도 길어지고, 제약사 맞춤형 공동 개발이 이뤄진다. 임상시험 단계에서는 분석 건수 기반으로 수익이 발생한다.
마지막 3단계는 상용화 단계로, 동반진단(CDx) 솔루션으로 발전해 규제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검사 단위로 반복적 수익이 발생하는 질적 변화 단계다. 루닛은 현재 2단계를 넘어 3단계 논의와 개발이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연구비 수주를 넘어 CDx 로열티, 검사당 수익 등 수익성 확대 요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루닛이 힘을 싣고 있는 학술 연구 및 글로벌 대외 활동 역시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고 있다. 루닛의 글로벌 제약사 첫 계약인 2024년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을 비롯해 제넨텍과의 공동 연구, 다이이찌산쿄와의 협업 역시 학술대회를 통해 축적한 신뢰에서 이뤄졌다.
또 스웨덴 카피오 세인트괴란 병원과 함께 한 국가 암 검진 프로젝트는 유럽연합(EU) 최초로 몰타에서 전국 단위 유방암 검진 사업에서 루닛 AI 솔루션을 처음으로 채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밖에 서범석 루닛 대표가 매년 참여하는 다보스포럼은 글로벌 헬스케어 대표 주자들과의 파트너십 체결과 B2G(기업정부 간 거래) 사업 기회로 연결돼 루닛의 영업망을 전 세계로 확장시키는 동력으로 작용 중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현재 루닛은 볼파라 SaaS 구조, 루닛 인사이트 재계약률 95%, 루닛 스코프 단계별 매출 확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매출 구조를 만들고 있다"라며 "올해 EBITDA(상각전영업이익) 기준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는 한편, 손익 지표의 개선세도 기대되고 있어 향후 질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