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8일, 일본 아이돌 그룹 NGT48의 멤버 야마구치 마호가 스케줄을 마치고 귀가하던 도중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에 있는 집 앞에서 남성 2명에게 습격당했다.
경찰에 붙잡힌 이 남성들은 "야마구치 마호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진술했고, 불기소 처분받고 석방됐다.
스토킹범의 소행으로 여겨졌던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 달 후, 가해자 남성들이 야마구치 마호와 같은 그룹에 속한 멤버들의 사주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소속사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야마구치 마호에게 사과하도록 조처했고,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는 명분으로 개최한 기자회견 역시 거짓말로 일관해 충격을 더했다.
회사가 제공한 맨션 구조의 숙소에서 지내던 야마구치 마호는 스케줄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현관에서 남성 두 명에게 습격당했다. 이 남성들은 모두 20대로, 한 명은 직업이 없었고 한 명은 대학생이었다.
야마구치 마호가 거주하던 숙소는 회사가 제공한 것이었기에 맨션 안에는 같은 그룹 멤버도 살고 있었다. 이 남성들은 외부가 아닌, 해당 그룹 멤버의 방 안에서 튀어나와 야마구치 마호를 공격했고 그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 사건의 충격으로 야마구치 마호는 이후 예정된 행사에 연달아 불참했다. 또 다시 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스트레스 때문에 체중도 2주 만에 4㎏가량 빠졌을 정도로 정신적 피해가 극심했다.
소속사는 사건 관련 조사와 범인에 대한 조처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사건이 발생하고 1개월 가량이 지난 후에도 어떠한 조처도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 '사건을 교사한 멤버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음에도 소속사는 별다른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소속사의 안일한 대처에 야마구치 마호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폭로했다.
그는 "복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그려고 했는데 손이 튀어나왔다. 문이 억지로 열렸다. 이후 얼굴을 붙잡혔고, 밀려 넘어질 뻔했다. 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절대로 지지 않으려고 조금이라도 남자를 떼놓으려고 했다. 그러자 다른 남자가 다른 방에서 나왔다. 그 방은 다른 멤버가 사는 방이었다"고 적었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간 방에 갇혀 더 큰 일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몸싸움을 벌이는 와중 다시 복도로 빠져나왔고, 마침 다른 사람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그쳤다.
야마구치 마호의 SNS 폭로 이후 언론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파장이 커졌다. 그러나 그는 피해자임에도 팀의 이미지가 깎일 것을 염려해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공식 석상에서 사과했다.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광고가 취소되는 등 NGT48의 활동은 난항을 겪게 됐다. 소속사는 2019년 3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다.
문제는 소속사가 기자회견마저 거짓으로 진행했다는 점이었다. 소속사 측은 기자회견에서 "범죄는 멤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피해자가 납득하지 않지만 계속 이야기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범인들이 야마구치 마호의 귀가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던 점, 다른 멤버의 방에서 나온 점, 사건 조사 보고서에 멤버가 연관됐다고 기재된 점 등에 비춰볼 때 소속사의 해명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야마구치 마호는 X(엑스, 구 트위터)로 "소속사가 나에게 사과를 강요했다", "내가 사과하지 않으면 다른 멤버를 세워 사과시키겠다고 협박했다", "특정 팬과 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멤버들이 다수 있다"고 재차 폭로했다. 소속사를 향한 팬들의 분노는 커졌다.
야마구치 마호의 폭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나도 2년 전에 왔던 제의를 거절하지 말아야 했나"는 글을 올려 성 접대 의혹에 불을 붙였다.
논란이 이어지자 야마구치 마호는 그룹에서 탈퇴했고, 그의 편을 들었던 멤버 일부도 함께 팀에서 나왔다.
야마구치 마호는 팀 탈퇴를 발표하면서 "(소속사 측이)'지금 너는 회사를 공격하는 가해자'라고 했다"며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해 계속 버텨왔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소중한 동료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매일매일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야마구치 마호 사태는 한 변호사가 "소속사가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여론이 악화했다. 한 남성은 가해자로 추정되는 멤버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팩스를 언론과 관공서에 뿌려 체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NGT48을 향한 대중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소속사는 지금까지도 가해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데, 이 점이 특히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다.
사건 이후 NGT48에게 광고 중단, 스케줄 취소 등 악재가 이어졌으나 "자업자득", "인과응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소속사는 야마구치 마호의 SNS 폭로로 사건이 확산했다고 생각, 멤버들에게 한동안 SNS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SNS 활동이 재개된 후에도 '같은 그룹 멤버를 언팔로우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NGT48은 야마구치 마호 탈퇴 4개월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NGT48이 활동을 재개한 후 주간문춘은 "야마구치 마호가 남자를 무시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하지만 누리꾼들로부터 "더러운 어른들의 세계에 더 이상 야마구치 마호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비난만 받았다.
NGT48에서 탈퇴한 야마구치 마호는 다른 소속사와 계약한 뒤 모델과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21년 일본 누리꾼이 투표한 '48그룹 졸업 이후 활약이 대단한 멤버' 10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