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댄스 플로어, 신나는 EDM이 밤늦은 클럽에서 햇살 좋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에스프레소 머신 옆에 자리 잡은 DJ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커피나 말차 라떼 한 잔을 들고 몸을 흔든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커피 레이브'(coffee rave) 얘기다.
레이브는 음악과 춤을 중심으로 한 열광적인 클럽 파티를 의미한다. 최근엔 이 레이브 문화가 술과 클럽 대신 커피와 카페 등으로 장소와 형식을 변형해 새로운 형태로 확장하고 있다.
'쌩얼'로 한 손에 커피를 든 사람들이 환한 대낮 카페에 모여 클럽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니, 언뜻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커피 레이브는 레이브 문화에서 술을 뺀 나머지 긍정적인 요소, 즉 음악과 사회적 교류, 뜨거운 에너지를 젠지(Generation Z, 1990년대 중후반~2010년 정도 태어난 Z세대) 성향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낮의 파티는 예상치 못한 소비나 숙취로 인한 후회를 남기지 않는 데다 즐겁게 건강을 챙기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추구하는 젠지의 생활방식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단 설명이다.
홍콩에서 커피 레이브를 주최하는 '소셜클럽시리즈'의 아이작 우 시우힌은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클럽에 갈 때마다 취해서 다음 날 아무것도 못 한다"면서 "대낮에 파티를 열면 이후에 저녁도 먹고 일찍 집에 갈 수 있다. 훨씬 건강한 삶의 방식이다. 홍콩의 많은 사람들도 그런 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런 흐름을 본격적으로 촉발한 건 2024년 미국 LA에서 시작된 팝업 형태의 아침 파티 시리즈인 AM·RADIO다. AM RADIO를 처음 기획한 스티브 카디건은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클럽 문화는 죽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LA 카페에서 파티를 연다"며 새로운 아침 문화를 예고했다.
그의 선언은 곧 전세계 젠지(Z세대)에게 신선하고 '힙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소위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카페들이 AM RADIO 팝업 행사를 열었고, 일부 카페는 자체적으로 비슷한 행사를 진행했다. 나아가 음악·러닝·예술 등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 커뮤니티 그룹이나 애슬레틱 패션 브랜드들 역시 공간을 대여해 커피 레이브를 열며 범위를 넓혀갔다.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메이플소셜클럽'도 AM RADIO에서 영감을 받아 생긴 모임이다. 메이플소셜클럽 주최자인 테일러 그위더는 최근 가디언을 통해 "술을 멀리하는 트렌드가 분명히 생겨나고 있다"면서 "그런 흐름이 이런 행사의 인기를 더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젠지 사이에선 '사회생활을 위해 술은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인식이 사라지고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그위더는 "이런 무료 이벤트는 러닝클럽처럼 달리기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코로나가 사회적 활동을 막으면서 고립감이 커졌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활기차게 만날 수 있는 장소와 경험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커피 레이브가 무료 이벤트로 열린다는 점도 젊은층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메이플소셜클럽이 주최한 커피 레이브에 참여한 호주 간호사 브론테(30)는 "근처 펍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려면 12호주달러(약 1만1000원)가 든다. 그러나 여기선 5호주달러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아예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면서 "솔직히 요즘 주머니 사정이 좋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