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퇴로 열어주나...美 퇴직연금 규정 바꿨다

조한송 기자
2026.03.31 14:56

[WHY]미 노동부, 퇴직연금에 사모대출·가상화폐 등 대체 자산 편입 움직임

(워싱턴 로이터=뉴스1) 권영미 기자 =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노동부 본부 건물에 성조기가 걸려 있다.2025.09.1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권영미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퇴직연금(401k)에 사모펀드, 사모신용, 암호화폐 등 대체 자산의 편입 문턱을 낮추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로써 '블랙스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 대형 사모 운용사가 14조2000억달러(약 2경1600조) 규모의 미국 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이들이 운용하는 사모대출 펀드의 자금 이탈이 거세진 가운데 나온 규정이라 논란도 만만치 않다.

14조 달러 美 퇴직연금 시장 열리나...사모대출·암호화폐도 가능

미 노동부는 30일(현지시간) 퇴직연금사업자가 대체자산 상품을 가입자들이 선택 가능한 상품군에 포함 할 때 따라야 할 절차를 담은 규정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연금 운용 주체가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지켰을 때 법적 책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세이프 하버'(면책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퇴직연금사업자)들은 직원들의 퇴직 연금이 잘 돌아가도록 관리할 법적 책임을 진다. 이때문에 그간 기업들은 자사 연금 계좌에 사모펀드나 암호화폐, 부동산 등 대체 투자 상품군보다는 펀드나 채권 등 다소 보수적인 자산을 선택해왔다. 고위험 상품군을 제안, 직원이 손실을 볼 경우 집단 소송 가능성이 있어서다.

미 노동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해 고용주가 지정된 투자 대안의 성과, 수수료, 유동성 및 평가 등을 고려하는 절차를 따를 경우 소송으로부터 더 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소송 위험 때문에 대체자산 편입을 주저해온 연금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미국 내 직장 퇴직연금(401k)에 예치된 자금 규모는 14조2000억달러 규모다. 이는 전체 은퇴 자산 약 50조달러의 30%에 달하는 금액이다. 미 행정부는 오는 6월 1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최종 규칙을 발표할 계획이다.

월가는 노동부의 이같은 규정안 마련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헤지펀드 업계를 대변하는 매니지드펀드협회(MFA)의 브라이언 코벳 회장은 성명을 통해 "연기금은 은퇴 자금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오랫동안 대체 투자를 활용해 왔다"며 "퇴직연금 가입자들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투자 선택권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A sign for the Wall Street subway station in the financial district in New York City, U.S., August 23, 2018. REUTERS/Brendan McDermid/File Photo
사모대출 펀드론 지속...시기 부적절 의견도

사모 자산운용 업계는 그간 수천만 명의 근로자들이 세제 혜택을 받기위해 은퇴 계좌에 묶어 둔 자금을 유치하고자 로비를 펼쳐왔다. 이 규정안이 "401(k) 시장에 이 고비용 대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로비를 벌인 월스트리트 기업들의 승리"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하지만 추진 시기와 관련해선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모대출 펀드에서의 투자자 자금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험이 고스란히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모대출이란 대출 펀드에서 돈을 빌리는 일종의 사채다. 금융위기 이후 대형 시중은행들이 대출 장벽을 높이면서 그 대안으로 급성장한 시장이다. 사실상 대출이지만 장부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그림자 금융'이라고도 불린다. 미국 내에선 사모대출 펀드의 부실 투자 우려가 커지며 자금을 이탈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거세졌다. 이때문에 블랙록, 블랙스톤 등 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을 일부 거절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사모대출 위험성 경고등이 터진 가운데 퇴직연금 시장에서 퇴로를 열어준 셈이다.

이미 여러 운용사들은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에 대체상품군을 포함한 상품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사모펀드와 사모대출에 자산을 배분하는 타깃데이트펀드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보스턴 칼리지 은퇴 연구 센터의 알리시아 머넬 수석 고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401(k) 플랜에서 사모펀드 편입을 추진하는 유일한 당사자는 사모펀드 산업 뿐"이라며 "자체 연구 결과 지방 연금 운용 등에서 사모펀드 편입이 수익률을 높이거나 변동성을 낮추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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