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탄핵소추안 송부되자 필리핀 상원에서 총성…진상 조사 중

김종훈 기자
2026.05.14 06:43

두테르테 '마약과 전쟁'서 살인 지시 혐의 받는 델라 로사 의원, ICC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총성 발생했을 가능성

필리핀 상원 청사 내 총격 사건이 벌어진 13일(현지시간) 청사 방호인력이 청사를 떠나라며 취재진 카메라를 가로막는 모습./로이터=뉴스1

13일(현지시간) 필리핀 의회 상원 청사에서 총성이 들려 내부 인원들이 급히 대피하는 사건이 있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을 수행하며 살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로널드 델라 로사 상원의원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상원은 델라 로사 의원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지 않겠다며 상원 청사에서 그를 보호 중이다.

필스타글로벌 등 필리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저녁 필리핀 상원 청사에서 총성이 최소 5발이 울려 내부 인원들이 대피하고 정부군이 청사를 봉쇄했다. 존빅 레물라 내무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총성은 상원 경위실 직원들이 발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성이 울리기까지 정확한 경위는 현재 조사 중이다.

앨런 피터 카예타노 상원의장은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통해 "델라 로사 의원이 일단은 체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ICC는 델라 로사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델라 로사 의원은 필리핀 국가수사국(NBI) 요원들과 추격전을 벌이다 상원 의원실로 피신했다. NBI 요원들은 델라 로사 의원에 대한 ICC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성이 들린 직후 델라 로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상원이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누가 공격했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고, 알려진 것도 없는 상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정부 기관이 벌인 일이 아니다. 군대도 아니다"라며 "상원에 진입한 이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발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NBI 요원들에게 일단 상원에서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카예타노 상원의장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전화해서 정부가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시켜줬다"며 진상이 파악되기 전까지 지나친 추측은 삼가달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필리핀 하원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가장 큰 정적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송부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내가 살해되면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를 암살하도록 경호원에게 지시해뒀다"는 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필리핀 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 송부 즉시 상원 의원들은 탄핵심판을 위해 상원으로 소집된다.

필리핀 법무부는 델라 로사 의원이 사법당국에 체포된다면 ICC로 인도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델라 로사 의원을 ICC에 인도할 의지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필리핀 법무부는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상원은 델라 로사 의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청사에 구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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