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궤도 위성 인터넷 산업이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상업화 단계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X(SpaceX)의 스타링크(Starlink)는 재사용 로켓과 수직 통합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저궤도 인터넷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신형 인프라' 전략 아래 '국망(Guowang)'과 '첸판(Qianfan/G60)' 이중 성좌 체계를 추진하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저궤도 위성 인터넷 경쟁은 단순한 위성 통신 사업이 아니라 발사체·위성 제조·반도체·지상 단말·AI 데이터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차세대 디지털 인프라 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AI, 자율주행, 드론 등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저궤도 위성 인터넷이 미래 데이터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민간 주도 모델에 맞서 중국은 국유기업과 민간 상업 우주 기업 등이 결합된 혼합형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산업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스타링크의 글로벌 활성 이용자는 8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서비스 국가는 150개 국을 넘어섰다. 특히 해상·항공·오지 광대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사실상 글로벌 표준 사업자로 자리 잡고 있다. 스타링크의 궤도상 운영 위성은 약 9000기에 달하며 고빈도 발사를 통해 지속적인 네트워크 밀도 향상과 위성 세대교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경쟁력은 단순한 위성 숫자보다 '실리콘밸리식 반복 개발 구조'를 우주 산업에 적용했다는 데 있다. 현재 주력 기종인 Gen2(V2 Mini) 위성은 기존 대비 통신 용량이 4배 이상 향상됐으며, 아르곤 기반 홀 추력기(Argon Hall Thruster)를 적용해 추진 비용도 크게 절감했다. 위성 간 레이저 통신(OISL) 네트워크 역시 본격 가동되면서 지상 기지국을 거치지 않는 초저지연 글로벌 데이터망 구축이 가능해지고 있다.
스페이스X 경쟁력의 핵심은 '발사 경제성'이다. 팔콘9(Falcon 9)은 완전한 상업형 재사용 체계를 구축했으며 일부 부스터는 20회 가까운 재사용 기록을 확보했다. 스페이스X의 2024년 발사 횟수는 134회였고, 2025년 궤도 발사 횟수는 약 167회로 집계됐다. 이틀에 한 번 발사가 이뤄진 셈이다. 이 같은 초고빈도 발사 체계 덕분에 스페이스X는 사실상 '우주 운송 플랫폼' 수준의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이스X의 발사 비용은 2800만 달러(약 420억 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kg(킬로그램)당 발사 단가는 150만 원 이하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여전히 일회용 발사체 비중이 높은 경쟁자들이 단기간에 따라가기 어려운 영역이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국가 안보형 성좌'와 '상업형 성좌'를 동시에 육성하는 이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프로젝트가 중앙정부 주도의 '국망'과 상하이 중심의 '첸판'이다.
국망은 2021년 설립된 중앙 국유기업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China SatNet)이 추진하는 국가급 프로젝트다. 중국은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 GW-A59와 GW-2 등 두 개 성좌 체계를 등록했으며 총 1만 3000기 규모의 위성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 주요 임무는 군사 통신, 국가 보안망, 정부 전용망 및 핵심 인프라 통신 확보로, 상업성보다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이 저궤도 위성 인터넷을 단순 통신 산업이 아니라 '디지털 주권'과 연결된 전략 인프라로 인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략 인프라로 기능한 바 있다.
국망 프로젝트는 2024~2025년부터 본격적인 발사 확대 단계에 진입했다. 창정 5B·8A 로켓 등을 통해 10차례 이상 발사가 진행됐으며, 궤도상 위성 수는 100기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첸판(G60)은 '중국판 스타링크'에 가까운 모델로 평가된다. 상하이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계열 자본과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기관이 공동 참여한 프로젝트로, 장강삼각주 제조업 공급망을 기반으로 빠른 양산 체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첸판의 장기 목표는 총 1만 5000기 규모의 위성망 구축이다. 전략적으로는 B2B·정부용 광대역 서비스 시장 선점과 함께 상하이 첨단 제조업 전환의 핵심 프로젝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첸판 프로젝트가 중국 지방 정부의 '우주 산업 클러스터' 전략과 결합되면서 상하이를 중심으로 위성 제조·전자부품·지상 단말·발사 서비스 기업들이 빠르게 집적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첸판은 2024년 8월 첫 18기 발사를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12월, 2025년 1월에도 연속 발사를 진행했다. 사실상 '분기별 상시 발사 체계'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첸판의 생산 체계 역시 중국 상업 우주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첸판 핵심 제조 기업인 상하이 거쓰항톈(Genesat)은 '맥동식 생산라인'을 도입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300기 수준에 도달했다. 향후 450기 이상으로 확대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는 중국 상업 우주산업이 기존 '수작업 항공우주 모델'에서 자동차 산업식 양산 체계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공급망 국산화다. 현재 중국은 위성 제조·발사·지상 단말·운영 서비스까지 대부분의 핵심 밸류체인을 자체 공급망 안에서 구축하고 있다. 특히 위성 제조, 반도체, RF 부품 등 핵심 분야에서 국산화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성 제조 분야에서는 상하이 거쓰항톈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모듈화 설계와 자동화 조립 방식을 통해 제조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규모 상업 위성 생산 기지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와 RF 부품 영역에서는 중국전자과기집단(CETC) 계열 전커칩이 핵심 기업으로 거론된다. 저잡음 증폭기(LNA), 위성 RF 칩, 베이더우 단문 통신 SoC 등을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 위성 인터넷 단말 국산화의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지상 단말 분야에서도 국산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중국 위성 인터넷 단말 업체 왕링(OneLinQ)이 거론된다. 왕링은 2024년 중국 최초의 민간용 위성 인터넷 단말을 출시했으며, 자체 개발한 위상배열 안테나 기술을 적용해 제품 소형화와 경량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위성 인터넷 단말이 군·정부 중심의 고가 장비였다면, 최근 중국 기업들은 소비자 전자제품 방식의 민간형 단말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이동통신 기업들도 저궤도 위성 인터넷 지상 단말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동은 2023년 국내 최초로 '위상배열 위성 안테나+고속 위성 모뎀' 기반 기지국 백홀 시험을 완료했으며, 저궤도 위성과 지상 이동통신망 융합 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스페이스X의 핵심 경쟁력인 로켓 재사용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중국 중옌푸화 산업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26~2030년 재사용 로켓 산업망 및 투자환경 심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위성 제조 기업들의 저비용·고빈도 로켓 발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재사용 액체 로켓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중국 상업 우주 산업이 현재 재사용 로켓 기술의 '상용화 임계점'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액체산소·메탄(LOX-메탄) 엔진, 재사용 발사체 구조, 지능형 회수 알고리즘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빠른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란젠항톈의 '주췌 3호', 싱지룽야오의 '솽취셴 3호', 중국항천과기집단(CASC)의 '창정 8호R' 등 주요 프로젝트들도 재사용 검증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5월 란젠항톈의 주췌 2호 개량형 로켓이 2.8톤급 화물을 900km 궤도에 성공적으로 투입하면서 중국 민영 상업 우주 기업들의 고궤도 대형 액체 로켓 기술이 본격적인 실증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또 보고서는 2030년까지 2단 로켓과 페어링 회수 기술 등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고 발사체 전 주기 재사용 체계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상업 우주 발사 단가는 오는 2027년 kg당 약 750만 원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