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줄게, 칩 사라" 엔비디아, AI돌려막기...닷컴 버블 닮은꼴?

김종훈 기자, 김완렬 기자, 고지운 기자
2026.07.28 15:57

[머니&마켓]"엔비디아, 오픈AI 지급보증"…시총 1위도 내줘

(샌프란시스코(미국)=뉴스1) 허경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6.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샌프란시스코(미국)=뉴스1) 허경 기자

미국 AI(인공지능) 종목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가 27일(현지시간) 5% 가까이 폭락하며 미국 주식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오픈AI에 2500억달러(375조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에 AI 기업 간 순환거래에 대한 경계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날 엔비디아는 전일 종가 대비 4.99% 하락한 196.51달러에 마감하고 마감후 거래에서도 하락했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4조76000억달러(1경7500조원)로 감소, 애플이 다시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앞서 엔비디아는 오픈AI를 위해 2500억달러(375조원) 규모 지급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이와 별도로 오픈AI가 자사 칩을 구매하고 치러야 할 대금 3500억달러(525조원)에 대한 금융 지원도 협의 중이다. 오픈AI는 투자등급이 없는 회사라 엔비디아 같은 대형 기업이 보증을 서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신용 포장(Credit wrapper)이라 한다.

지급보증-신용포장 거래 괜찮나
AI 업계 순환거래 구조. 김유빈 기자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이처럼 서로 매출을 주고받는 형태는 순환거래 또는 순환금융으로 불리며 꾸준히 우려를 낳았다. 지난해 9월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하고, 오픈AI는 엔비디아 GPU 칩을 수백만 개 구매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의 투자금 일부가 다시 엔비디아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엔비디아는 지난 1월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코어위브에도 20억달러 규모의 추가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코어위브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5GW 이상의 처리 용량을 갖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과 차세대 CPU '베라'가 공급된다.

최근 네이버(NAVER}는 엔비디아를 상대로 10억달러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 엔비디아가 네이버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네이버는 2028년까지 조성할 AI 팩토리에 필요한 GPU 칩을 엔비디아에서 공급받을 전망이다.

이밖에 오픈AI는 2023년 초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지원받은 후 MS 클라우드를 다량 사들였다. 지난해 9월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인 오라클로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자원을 구매하고, 오라클은 오픈AI를 위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텐서프로세서 서버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데이터센터 임차료를 보증함으로써 앤트로픽이 350억달러(52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게 도왔다.

순환거래·과잉투자·중국의 추격 겹쳐
(뉴델리 AFP=뉴스1) 이창규 기자 =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회 AI 임팩트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2026.2.18./뉴스1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델리 AFP=뉴스1) 이창규 기자

마이클 버리 등 투자자들은 AI 기업들이 투자금을 서로 주고 받는 식의 순환 거래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버블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최종적으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 순환 거래는 회계상 실적을 부풀리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가 반도체 제조업체,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등과 체결한 많은 계약은 이상하리만치 순환적인 구조"라며 "잠재적 금융 거품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AI 설비 투자가 필요 이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문제다. AI 수요를 너무 높게 본 것 아닌지, 빅테크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회수한다면 언제쯤인지 전부 불투명하다는 것. 이달 초 메타가 잉여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한다는 소식이 우려를 키운 바 있다.

닷컴 버블 시기와도 비교된다.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이 고객의 구매 자금을 지원하며 성장한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 사례와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CNBC '매드 머니'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지난 27일 "그때 우리가 배운 것은 우리 상품을 사들이는 회사에 돈을 빌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JP모건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스테파니 알리아가는 AI 열풍이 닷컴 버블 때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AI 관련 기업들은 닷컴 버블 시대 기업들보다 견고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며, "빠른 수익 모멘텀에 힘입어 단기적으로 과잉 투자 위험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AI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다. 크레이머는 ″만약 구매자인 오픈AI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 칩들을 구매할 여력이 있다면 엔비디아는 아주 좋을 것"이라면서도 "구매자가 구매할 여력이 없다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AI 기업들에겐 덴 중국 기업들의 맹추격도 악재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창신메모리 주가가 첫 거래일 폭등한 가운데 뉴욕증시에선 샌디스크, ASML, AMD 등 반도체 종목이 27일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23%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비디아와 알파벳, 아마존, 브로드컴 등 빅테크 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격이 최근 급격히 상승했다며 채권시장에서 순환 투자에 대한 경고등이 울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경우 5년물 CDS 기준 79bp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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