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중요 지표로 꼽히는 소비자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지표의 근간을 흔드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더해 산업 물류의 핵심인 경유 가격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연준을 향한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한층 더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전달 대비 0.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전달 대비 0.3%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0.2%)를 웃돈 게 이날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근원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으면서 진화되던 인플레이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반적으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는 물가 상승을 이끈 주범은 기름값이었다. 최근 중동발 지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8월 에너지 지수는 지난해 8월보다 16% 급등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보다 2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실물 경제 전반에 물류비를 전가할 수 있는 경유 가격이 최근 급등한 데도 주목한다. 전미 연료가격 조사업체 가스버디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내 평균 경유 판매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유 가격 폭등은 화물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져 농산물과 생필품 등 전반적인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오는 15~16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이달 초만 해도 금리 동결 가능성이 유력했지만 예상보다 매서운 근원 물가 상승세와 경윳값 급등세를 확인한 만큼 연준이 손을 놓고 있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금리선물시장에서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일주일 전 60% 수준에서 이날 CPI 발표 이후 86% 이상으로 치솟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73%포인트 오른 4.623%로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연준의 긴축 기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장 한 인사는 "에너지와 서비스 물가가 동시에 반등하는 여건에서는 연준의 2% 물가 목표치 달성이 까다로워진다"며 "9월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긴축 기조가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의 변동성 확대는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