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전쟁 정당성 강조…"끔찍한 악의 순간, 오늘 싸우는 이유"
부시·클린턴·오바마·바이든 등 통합·연대 목소리…"테러 교훈 주목"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9·11 테러 25주년을 맞은 11일(현지시간)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의 행보가 뚜렷하게 갈렸다. 현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인근 국방부(펜타곤)를 찾아 이란과의 전쟁 정당성을 강조한 반면,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등 전직 대통령 4명은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통합과 연대의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타곤 추모식 연설에서 9·11 테러를 "거대하고 끔찍한 악의 순간"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고 그게 바로 우리가 오늘 싸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기기 위해 싸운다"며 "세계 최대의 테러 후원국인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헌신하는 장병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7개월째 이어지는 이란전쟁으로 미국 내 물가가 급등하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9·11 테러 추모식을 계기로 이란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추모식에 동석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고 이 싸움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강경 기조에 힘을 보탰다.
9·11 테러 당시 최대 희생자가 발생했던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 조성된 '그라운드 제로' 추모식에는 트럼프 대통령 대신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펜타곤 추모식에만 참석했다. 펜타곤은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와 함께 알카에다가 납치한 민항기의 자살테러 공격을 받았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년째 펜타곤만 찾은 데 대해 뉴욕타임스는 정치인 연설을 허용하지 않는 그라운드 제로 추모식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했다. 과시형 스타일인 트럼프 대통령이 수많은 추모객 중 하나로 침묵을 지킨 채 앉아있는 행사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9·11 테러 당시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었던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출신인 클린턴, 오바마,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날 나란히 그라운드 제로에 모습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11 시대 대통령들을 잇는 사적 유대 관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4명의 전직 대통령이 수년간 비공식 소통 채널을 유지하며 대테러 전쟁에 대해 서로 조언했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성공한 뒤 부시 전 대통령에게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을 보내 2시간 30분 넘게 작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댈러스에서 열린 9·11 25주년 대담에서 "미국은 종종 고립주의 시기를 겪는데 이때의 태도는 '우리도 국내 문제가 많은데 해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라며 "제 생각에 이것은 사람들이 9·11 교훈에 전혀 주목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의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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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5년의 세월이 흐르며 미국사회의 안보관도 크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입소스의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외국발 테러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은 응답자는 20%에 불과했다. 무차별 총기 난사(42%)나 국내 테러(33%)를 더 우려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아 외부 적보다 내부 분열을 더 두려워하는 미국인들의 변화된 인식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