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약에 따라 우리는 거의 모든 시장을 개방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금융기관 지분이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갔고, 수많은 아버지들이 실직했으며,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느덧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절대선'인 것처럼 여기고 있다.
영국 케임브릿지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부키 펴냄)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시장개방과 관련한 상식이 우리가 아닌 부자나라만을 위한 논리라고 일갈한다.
장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부자나라들을 '나쁜 사마리아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사마리아인들은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무정한 사람들이었다. 곤란을 겪고 있는 저개발국 및 개발도상국들을 너무도 당당하게 이용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자들이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완전경쟁, 자유무역 등은 동일한 규칙을 적용해 누구에게나 유익하다고 시장주의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격투기 선수인 최홍만과 코미디언인 이윤석이 똑같은 규칙, 똑같은 조건으로 링 위에서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유무역을 통해 시장을 열어놓은 개발도상국만 산산히 깨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만약 일본이 지금의 개방논리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곧바로 시장을 개방했다면 도요타자동차는 렉서스는 커녕 벤츠나 포드의 부품생산업체로 전락해버렸을 지도 모른다.
1997년 12월 IMF와의 협정에 의해 우리는 국내총생산 대비 1% 수준의 예산흑자를 유지해야 했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요구받은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적자재정을 통해 경제부양을 꾀해야 함에도 우리는 그 반대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 결국 하루에 100개 이상의 회사가 도산했고, 실업률은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식으로 신자유주의자들은 부자나라와 그 밖의 나라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
최근 시장 및 외국인투자에 대한 완전한 개방을 주장하는 부자나라들은 과거 철저한 보호무역을 폈다. 그것도 200년 이상이나. 그들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이제 자신에 대한 보호가 불필요해졌다.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나라들에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딛고 올라간 사다리를 발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 자유무역, 외국인투자 자유화, 공기업의 민영화, 재정건전성, 지적재산권 등에 대해 하나하나 경제원리와 구체적 사례를 통해 반박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그리고 선진국과 그 밖의 나라들이 공존하는 가장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쉼없이 휩쓸려왔던 우리는 어떠했는지,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디언'의 경제부장인 래리 엘리엇의 말처럼 이 책은 성장과 세계화와 관련해 모든 나라가 따라야 할 정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치명적 일격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부키 펴냄/384쪽/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