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현금서비스 이자, 왜 그럴까

천차만별 현금서비스 이자, 왜 그럴까

이재경 기자
2008.12.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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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최근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급전이 필요해서 현금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자가 두어달 전보다 훨씬 많이 나온 것이었다. 금액은 90만원 정도로 비슷했지만 이자는 거의 두배가 돼 있었다. 같은 사람, 같은 카드, 같은 금액인데 갑자기 올라버린 이자. 그 속에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현금서비스 속에는 고객들이 모르는 비밀 몇 개가 숨어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이자율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본인의 취급수수료나 이자율이 정확하게 얼마인지를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게다가 이자율이 수시로 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보통 일반적인 경우 단골이 되거나 실적이 우수하면 우수고객으로 선정돼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각종 할인혜택이나 부가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그 반대다.

현금서비스를 많이 이용해서 카드회사에 수수료를 두둑히 전해주더라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기대할 수 없다. 현금서비스 이용이 늘어나면 카드사는 그 고객에 대해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 이자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

이자율이 낮다고 함부로 써서도 안 된다. 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자율이 9~13%대로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한두 달 지나면 20%대로 훌쩍 뛰어오를 수 있다. 이 역시 고객의 위험에 대한 카드사의 판단 때문이다.

◇이자율 속에 숨은 비밀

보통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연 8~28% 수준이다. 여기에 취급수수료 0.4~5%가 붙는다. 이 둘을 합치면 이자는 총 9~33%나 된다. 이 이자율은 대략적인 것으로 각 신용카드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이자율의 범위가 큰 것은 고객들의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연체가 없고 성실하게 상환해온 고객이라면 신용등급이 높고 이자율은 낮아지게 된다. 그런데 같은 신용등급의 고객이라도 신용카드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서 이자율이 달라지기도 한다.

A씨의 경우 가장 많이 사용하는 S카드는 현금서비스 이자율이 무려 연 25.8%나 됐다. 취급수수료도 0.6%로 보유하고 있는 카드 중 가장 높았다. 그런데 A씨가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 K카드의 경우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연 12.9%였다. 취급수수료는 0.5%.

여기서 A씨는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활발하게 쓰고 있으며 연체도 없는 신용카드의 이자율이 가장 높고 한 번도 안 쓴 카드의 이자율이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이는 신용카드사들 사이에서 고객유치 경쟁이 벌어지면서 신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이자율이 정해진 탓이다.

보통 신용카드사에서는 고객군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자사 카드만 쓰는 고객, 타사 카드만 쓰는 고객, 그리고 자사 및 타사 카드를 모두 사용하는 고객이다.

이 가운데 카드회사가 가장 중요한 영업대상으로 잡는 고객군은 타사 카드만 쓰는 고객이다. 이들은 신규고객으로 '모셔 와야 하는' 대상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가장 낮은 이자율을 부여해 사용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 타사 카드 이용 고객이 낮은 이자율 때문에 자사 카드를 쓰는 순간 이 고객은 고객군이 변경된다. 자사 및 타사카드를 모두 쓰는 고객군으로 옮겨진다. 현금서비스를 사용한 다음 달부터 이자율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서비스에 만족해 자사 카드만 사용하는 순간 이자율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즉 충성도 높은 우수고객일수록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하는 것이 신용카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고객이라도 현금서비스의 이자율은 매달 달라진다고 봐야 한다"며 "현금서비스를 사용하기 전에는 카드회사의 상담전화를 통해 본인의 이자율을 정확히 파악해 두면 좀 더 효율적으로 자금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모든 신용카드가 이런 것만은 아니다. 각 카드사별로 이자율을 책정하는 정책이 상이하고 이자율 자체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A씨가 보유한 L카드의 경우 이자율은 무려 연 26.6%나 됐다. 보유한 카드 중 가장 높았다. A씨는 이 L카드를 최근 1년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과 위의 사례를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율이다.

H카드는 현금서비스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하는 듯 보였다. A씨는 올해까지는 이자율이 연 20.9%지만 내년 1월부터는 연 14.9%로 조정되므로 내년에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상담원의 대답을 들었다.

◇이자율 더 높아진다

최근 신용카드업계에서 연체율이 증가할 조짐이 보이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이자율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은 올 9월 말 3.28%로 전분기말에 비해서는 0.15%포인트 하락했다. 그런데 10월 말은 3.32%로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또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사용 규모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현금서비스 사용규모는 65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4%가 늘었다. 카드론은 1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0.5%나 증가했다.

고객들의 사용 규모가 급증하고 연체율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카드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씨티카드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최우량 등급인 '최우수1' 고객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의 카드론 수수료율을 2%포인트씩 인상한다. '최우수2' 등급부터 '일반3' 등급까지의 수수료율은 현행 9.9~23.9%에서 11.9~25.9%로 오른다.

씨티카드론 취급수수료율 역시 현행의 1%에서 등급 및 대출기간에 따라 최대 2%까지로 변경된다.

현대카드는 이달 13일부터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을 기존 0.5%에서 0.59%로 올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이용조건을 크게 강화함에 따라 카드를 이용한 돈 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2000년대 초반 신용대란 당시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 중 상당수가 현금서비스 돌려막기에서 연체가 시작된 것을 교훈 삼아 경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자금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규모 있는 경제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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