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인터넷업계 '통비법'에 뿔났다

통신·인터넷업계 '통비법'에 뿔났다

신혜선 기자
2009.04.20 09:56

'투자비·강제이행금 부과·사고발생부담' 사업자 책임?

유무선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사업자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개정안에 뿔났다.

이한성(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통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감청 인프라 투자 의무는 물론 자료 보관 의무까지 모두 사업자가 져야하며, 이를 어길 경우 일반적인 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보다 강도가 높은 '이행과징금'을 부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며 드러내놓고 반발하지도 못한 채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21일 법사위 차원에서 여는 공청회와 별개로 법사위에 추가 연석회의를 제안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며느리도 모르는 감청 투자비

국회 파악에 따르면 KT가 감청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해야하는 금액은 최대 34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국정원은 사업자들이 '엄살'을 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국정원은 수백억원 정도의 투자비만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어떤 종류의 장비를 어느 정도 규모로 도입하느냐에 따라서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업자 부담금을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조차 통비법 개정에 따른 사업자 부담금 파악을 포기한 상태다.

그럼에도 사업자들이 부담금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통신 감청 인프라는 유선 위주로 갖춰져 왔다. 즉, 정부가 부득이한 상황에서 감청이 필요할 경우 유선교환기 단에 설치된 감청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KT조차 유선 교환기를 광대역통합망(BcN) 시대에 맞는 소프트스위치로 바꾸고 있다. 즉, 현 감청장비를 업그레이드해야한다는 의미다.

무선의 경우는 사실상 이번 통비법 개정으로 본격적인 감청시설 투자에 나서야 한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전국 단위의 무선교환기는 물론 기지국에도 관련 장비를 갖추기 위해 수천억원의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 개정으로 메신저 로그 기록까지 통신사실 확인자료로 제출하게 되는 포털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수천대의 서버를 운영하는 포털 사업자들 입장에선 서버와 디스크 추가 증설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국정원 행정편의 위해 부담은 사업자가?

비용도 문제지만 사업자들의 반발은 정부가 사업자에게 책임과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나 영업정지의 제재조치가 가해진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정부의 장비 구매 의무 이행명령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10억원 이하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의 강제이행금액을 부과하도록 했다.

더욱이 최초 이행명령이 있는 날을 기준으로 이행할 때까지 1년에 1회씩 반복 부과, 징수하도로 했다.

사업자들은 이 조항에 대해 "감청이나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인프라가 사실상 사업을 위한 필수설비나 마찬가지 게 됐다"며 "게다가 정부의 명령을 시행할 때까지 강제이행금을 반복, 부과하는 내용을 법으로 정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통신사업자 한 관계자는 "만약 보관해놓은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사업자들이 져야하는 것 아니냐"며 "아무리 관리를 철저히 한다 해도 개인정보 사고 위험은 늘 뒤따르는데, 사업자가 그런 부담을 지고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고 토로했다.

◇무소불위 감청법...오남용 방지 견제장치는 어디에

이번 한나라당이 발의한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유선통신 위주로 구축돼있는 국내 감청 인프라는 이동전화, 메신저 등 무선 및 인터넷 전반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게 된다. 사실상 정부가 디지털 시대에 맞는 감청이나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근거를 법으로 마련한다는 의미다.

엄연히 별도의 법률이 존재하는데도 통신사실확인자료에 위치정보를 추가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휴대폰에 내장된 GPS 수신장치를 이용해 위치추적은 물론, 나아가 와이브로 및 네스팟과 같은 무선인터넷 서비스 확대에 따라 생성되는 다양한 IP주소 모두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통비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수집과 보관을 최소화하는 개인정보보호법과도 상충된다"며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을 경우 통비법은 큰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