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판매사, 입맛대로 바꾼다4-①]펀드 이동제 윈윈(Win-Win)의 조건
휴대폰 번호이동제처럼 자유롭게 펀드판매사를 옮길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업계와 투자들이 '윈윈(Win-Win)'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출발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의견들도 있지만, 아직 2단계 로드맵이 확정되지 않았고 대형은행 등 업계의 호응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시행된 펀드판매사 이동제는 많은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먼저 이동가능펀드의 제약을 들 수 있다. 현재는 여러 판매사에서 판매한 일반주식형 펀드만이 이동이 가능하며, 온라인펀드와 해외펀드, 장기주식형펀드 등은 이동제 대상이 아니다.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한 곳에서만 판매한 '단독펀드'는 판매사를 옮길 수 없고, 한 펀드 밑에 여러개 펀드 묶은 펀드를 하위로 둔 '엄브렐러'형태나 머니마켓펀드(MMF)도 이동이 불가능하다.
또 이미 판매수수료를 '선취형'으로 낸 펀드들은 보수 인하 효과를 볼 수 없어 사실상 배제된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판매할 때 수수료를 모두 냈고, 판매사는 선취 수수료를 돌려줄 리도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키움증권과 같은 온라인 기반 증권사의 '역차별'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의 주요 취지 중 하나가 판매 보수 및 수수료 인하효과인데, 타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수와 수수료를 받고 있는 온라인증권사가 사실상 배제되면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주장이다.
펀드를 이동하려면 기존 판매사에서 '계좌확인서'를 뗀 다음 바꾸려는 곳에 찾아가 지점에서 내야 하는데, 지점이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펀드이동 고객을 수용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현재 펀드이동제 참여사는 은행 18개, 증권 41개, 보험 10곳개사 등 모두 72개사. 키움증권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세제혜택펀드 등 판매사 이동이 가능한 상품을 확대 실시하는 시기에 맞춰 온라인증권사의 취급문제도 해결한다는 방침이지만, 온라인증권사나 소형증권사들은 '주식도 온라인으로 이동이 가능한데, 주식보다 안정적인 펀드를 꼭 지점에 방문해야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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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당초 온라인 펀드 판매로 주력해 왔지만 이번 제도 시행에 따라 오프라인 지점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며 "다만 펀드 이동을 위한 계좌확인서 제출을 공인인증서가 있는 경우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게 해 줘야 판매사 간 불공평함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 등 창구 영업직원들이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서 시간이 크게 지체되고, 대형사 인기펀드들은 수수료 차이가 거의 없어 이동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 초기의 문제점을 수렴해가면서 업계와 투자자들이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물론 단기적으로 고객확보를 위한 판매보수 인하나 마케팅 비용 증가로 판매사의 수익감소나 비용증가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황재훈 동양종금증권 상품기획팀 과장은 "기존엔 신규 펀드를 유치하는 데 영업력을 쏟았지만, 판매사 이동제도가 실시되면 다른 회사의 투자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의 분산된 펀드 계좌를 한 곳에서 모아 집중적으로 자산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거액자산가를 관리하는 프라이빗뱅킹(PB)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펀드판매사 이동제 도입은 펀드투자 문화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담 자산관리사(FP)가 투자자의 성향이나 목적, 자산 상태 등에 맞게 적극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투자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