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성희롱, "억눌린 욕망의 왜곡된 분출"

강용석 성희롱, "억눌린 욕망의 왜곡된 분출"

이승제 기자
2010.07.21 16:45

[정치야놀자]자수성가형·입지전적 인물들의 욕망 왜곡

경기고·서울대 법대 졸업,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 합격,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학생 공동대표, 국회의원, 키 182cm, 서글서글한 외모에 세련된 아울렛….

최근 성희롱 의혹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프로필이다. 부러움을 일으키는 화려한 이력이다.

이렇듯 남다른 자질을 지닌 그는 의혹이 알려진 20일 당으로부터 즉각 제명처분을 받았다. 사실관계 확인 등 여지가 남아있지만 그는 이미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비단 강 의원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성희롱 사건은 '다발·습관성 파문' 같다. 잘 나가던 정치인들이 스스로 성희롱 사건에 휘말리곤 한다.

왜 이럴까. 강 의원의 인생 스토리를 짚어보면 잘못된 성 의식은 '억눌린 욕망'의 또 다른 얼굴임을 짐작케 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강 의원은 무척 어려운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모친은 가난에도 불구하고 강 의원의 미래를 위해 경기고 쪽으로 이사했고 비록 추첨방식이었지만 그는 경기고에 들어갔다. '맹모삼천지교'(중국의 성인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3번 이사했다는데 유래한 고사성어)였다. 당시 강 의원은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집에 살 정도로 어려웠다고 한다.

강 의원은 모친의 뜻에 맞춰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고 졸업하기 전 사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하지만 사법연수원 시절 뜻하지 않은 사건에 연루되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임용되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 그의 부친은 사법처리를 받아 재소 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 의원은 이에 굴하지 않았고 변호사로서 명성을 쌓아나갔다. 미국의 최고 인재들조차 입학하기 힘든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맹활약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윤재기 변호사의 딸과 연애 결혼했다. 부유했던 윤재기 씨는 강 의원을 만나 그의 재질을 높이 평가해 흔쾌히 혼인을 수락했다고 한다. 게다가 어려운 그의 형편을 감안해 두 사람만의 '연애용 신용카드'까지 줬다고 하니 믿음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강 의원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명석한 두뇌와 노력으로 40대 초반에 국회의원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자수성가형은 몇 가지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우선 '입증 컴플렉스'라는 덫을 피해야 한다. 늘 남보다 앞서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슈몰이'가 되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하다.

자수성가한 남성들은 '마초(남성우월주의자)' 성향을 지니기 쉽다는 보고서도 있다.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강조하다보니 여성성을 억압하는 오류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유년기, 청소년기를 겪으면서 오랜 기간 각종 욕망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고 성공 이후 그 욕망을 풀어헤치면서 절제를 잃기 쉽다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대체로 아버지로부터 역할모델을 이어받지 못한다.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지적했듯 '아버지와 경쟁하는 동시에 아버지를 닮아가며' 사회·도덕 가치를 전수받아야 하는데, 자수성가한 남성들은 종종 이 과정에 심각한 왜곡이 발생한다. '이드(리비도; 성적 충동 또는 에너지)→자아(ego)→초자아(Super Ego)'로 이어지는 내면질서에 균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중에는 자수성가한 인물들이 적지 않다. 의원 개개인은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 면책특권을 갖는다. 의원으로 선출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성취다. 동시에 많은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 의원들도 다른 사람처럼 성취감과 책무, 자존심과 자만심, 엄격한 절제와 욕망 분출 사이에서 갈등하기 마련이다. 틈날 때마다 불거지는 성희롱 사건은 모든 의원들에게, 그리고 리더들에게 자신의 내면 속에 감춰진 '욕망'의 흐름을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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