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투자 지도에서 새롭게 등장한 지형 중 하나가 '펀드투자의 대중화'다. 소위 1가구 1펀드 시대가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펀드의 대중화 시대가 개막됐다고 해서 곧 모든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로 성공한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집을 산 모든 사람이 집값 상승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설사 최고의 펀드 매니저나 최적의 투자 타이밍에 펀드 투자를 했어도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실패에 직면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세기 최고의 펀드 매니저로 꼽히는 피터 린치가 운용했던 마젤란 펀드에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이다.
린치는 77년부터 90년까지 마젤란 펀드를 운용해 2,700%(누적 수익률 기준)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만일 그가 펀드를 맡았던 77년에 돈을 넣어두고 13년을 기다렸다면, 27배로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더욱이 13년 동안 단 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펀드들이 죽을 쑤었던 87년 블랙 먼데이 때도 그는 플러스 수익률로 한 해를 마감했다.
게다가 그가 활동했던 시기는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장기 상승 사이클이었던 82-2000년도에 속해 있었다. 린치의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펀드 매니저 선택이나 시장 타이밍 모두 최고의 선택을 한 투자자들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절반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왜 이런 조금은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일까? 린치가 은퇴 이후에 이를 조사한 후 얻은 결론은 간단했다. 수익률이 좋았던 시점 즉, 시장 호황기에 돈을 넣고, 수익률이 나빠진 시점 다시 말해 시장 불황기에 돈을 뺐기 때문이다. 린치의 사례는 펀드 투자의 몇 가지 함정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펀드투자로 실패하지 않기 위한 가이드 역할로도 손색이 없다.
첫째, 마켓 타이밍에 따른 펀드 투자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예측을 통해 펀드의 가입 시점과 환매 시점을 고르려는 것은 반대로 시장 타이밍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실증적인 연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80년대 이후 일군의 투자 전문가들은 마켓 타이밍, 종목 선택, 자산 배분 등 투자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의 영향력을 분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작 장기 수익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이 아닌 자산배분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금을 주식, 현금 자산, 채권 등에 어떻게 자산 배분하고 이를 재조정해 나가느냐가 장기 투자 수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 투자 기간의 중요성이다. 펀드의 대부분은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당연히 주식시장이 갖고 있는 고유의 변동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손실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펀드를 고르느냐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투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투자란 돈을 따기 위한 행동이기 때문에 먼저 돈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잃지 않으면 언젠가는 돈을 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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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몇 년간 투자를 하면 손실을 입지 않을까를 알아보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대략 3-5년 정도면 대공황과 같은 엄청난 경제적 사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도 대략 이 정도 기간 동안, 그것도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손실을 본 경우가 거의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투자 기간은 투자의 성공 방정식에서 훨씬 더 중요한 변수다.
셋째, 펀드 투자는 대리인(agency)을 고르는 일이다.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에 우리는 본인이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펀드라는 간접 투자 상품을 활용하는 것은 그들이 전문성을 갖고 나 보다 더 투자를 잘 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시간상의 이유도 있다. 바쁜 일상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사람들이 투자에 전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펀드 투자란 투자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 나를 대신해서 주식과 같은 유가 증권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즉, 펀드를 선택한다는 것은 나를 대신할 대리인을 구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리인인 펀드 매니저의 정보를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노력을 기울이면 언론 인터뷰나 펀드 평가 회사들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부지런한 펀드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 쓸모 있는 방법은 펀드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시장의 호황과 불황을 모두 거치면서 펀드를 어떻게 운용했는가, 즉 과거 최소 3년 이상의 수익률을 검토해 보는 작업을 해 보는 것이다. 인생에도 부침이 있듯이 펀드에도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부침을 슬기롭게 극복해 본 자산운용사의 펀드라면, 풋내기 펀드 보다 더 앞으로 다가 올 위험에 잘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처럼 펀드도 경험이 쌓여야 빛이 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