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지금 '랩 혁명'중 ⑤]현장 전문가 좌담
랩어카운트 시장은 지난 2년간 35조원 규모로 커졌다. '자문형랩 열풍'이 랩어카운트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자문형랩이란 단일상품이 지나치게 조명 받으면서 부작용도 없잖다. '랩어카운트=자산관리서비스'라는 본질이 흐려진 것. 자문형랩 인기를 시발점으로 랩어카운트가 연착륙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는 시장 관리자인 금융위원회, 랩 열풍을 이끌고 있는 증권업계, 고객 자산관리 전문가 집단인 자산운용업계, 자본시장 싱크탱크인 자본시장 연구원에서 직접 랩 어카운트 시장 현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전문가들의 '지상방담'을 통해 바람직한 랩 시장의 모습을 정리해본다.
◇참여자=권대영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 이보경 삼성증권 고객자산운용 상무, 이철성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대표,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지난해부터 자문형랩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자산관리시장에서 자문형랩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너무 과열된 게 아니냔 지적도 있는데

▶이보경 삼성증권 상무(이하 이 상무)=본인의 계좌 안에서 운용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투명한 모니터링과 유연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다르게 보면 전문가의 포트폴리오가 실시간 노출되면서 개인의 추종매매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이철성 미래에셋운용 마케팅대표(이하 이 대표)=개인별 맞춤식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최근 단기간의 양적 팽창으로 계좌별 고객 자산관리라는 장점을 활용치 못하고 변동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이하 김 실장)=투자자의 투자성향에 따라 투자방향을 유연하게 가져간다는 게 장점입니다. 반면 일반 펀드에 비해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주식시장이 침체되면 수익률이 더 많이 떨어지는 위험성도 상존합니다.
▶권대영 금융위 과장(이하 권 과장)=자산운용내역을 펀드와는 달리 바로 확인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단 측면은 장점입니다. 다만 초기에 높은 수수료와 연계해 증권사간, 증권회사와 자산운용사간 일부 과당경쟁이 발생할 수 있고, 투자자도 지나치게 절대수익만 추구하면 장기투자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쏠림현상이 지나칠 경우 시장안정과 투자자 보호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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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형랩이 일각에선 '펀드 대항마'로 꼽히곤 합니다. 랩과 펀드, 자산관리 시장에서 양립 불가능한 상품인가요.
▶이 상무=자문형랩과 펀드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펀드는 40~60개 내외의 종목을 편입하고 개별주식의 시가총액을 고려하지만 자문형랩은 10~20개의 종목에 집중투자하기 때문에 주가지수와 괴리가 생길 수 있죠.
가장 효과적인 투자전략은 펀드로 주가지수를 추종하면서 성과가 양호한 자문형랩으로 초과성과를 거두는 겁니다.
▶권 과장=높은 수수료를 지급해도 특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수수료는 좀 낮더라도 안정적이고 보호장치가 잘 갖춰진 펀드에 투자하기를 바라는 고객도 존재합니다. 다만 펀드와 자문형랩의 운용방식이 유사하단 지적이 있기 때문에 학계, 정부, 업계의 심도 깊은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랩은 랩 답게, 펀드는 펀드답게' 자리잡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대표=최근 자문형 랩의 인기는 투자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까지 해당 상품의 큰 변동성에 대한 인지 없이 무분별하게 가입하는 일시적인 현상의 결과라고 판단됩니다. 자문형 랩은 일부 거액 자산들을 위한 특화된 상품으로 정착해야 합니다. 자문형 랩의 본연 취지를 살려 사모펀드와 같은 수준의 규제가 필요합니다.

-자문형 랩을 제외한 랩어카운트 상품은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자문형랩 부상을 계기로 랩어카운트도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될까요.
▶김 실장=랩어카운트 상품은 증권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원이죠. 이를 활성화해야 할 유인이 충분합니다. 특화된 자문사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운용의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획일적인 상품이 아닌 특화된 상품을 원하는 고액 투자자가 많아지는 추세라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이 대표=랩 어카운트는 단일상품이라기 보단 투자자의 자산관리 차원에서의 서비스로 접근해야 합니다. 랩어카운트가 주목을 받기 위해선 투자자의 다양한 연령대나 성향에 맞게, 다양한 자산군을 아우를 수 있는 펀드 랩, 자문형 랩 등의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인식돼야 합니다. 금융사도 단기 시장상황이 아닌,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하고요.
▶이 상무=최근 자문형랩을 위주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랩은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구현하는 매우 효율적인 투자수단입니다. 미국은 주식형, 채권형, 펀드랩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고객 성향에 맞춰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현해 주는 자산관리 서비스로 완전히 정착했습니다.
한국도 궁극적으로 결국 고객 성향에 맞는 최적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자산관리 서비스가 발전할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랩은 '상품'이라기보다는 자산관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자산관리 서비스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 상무=국내외 주식, 원자재,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헤지펀드, 등 다양한 자산과 금융상품에 투자가능한 안정적이고 유연한 투자수단이 필수적입니다. 또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프라이빗뱅커(PB)를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폭넓게 라인업을 구축한다면 랩어카운트는 종합적인 자산관리의 운송수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권 과장=정부는 100세 시대, 베이비 붐머 은퇴에 따른 노후대비 자금마련 등 국민 모두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산관리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업계도 단기수익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내부통제, 투자자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장기적으로 외연확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김 실장=단기적인 수익원으로만 랩어카운트 시장을 본다면, 랩어카운트 시장 규모가 커지더라도 자산관리 서비스가 크게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펀드와 유사한 상품시장이 그저 그렇게 커질 뿐이란 거죠. 증권사들이 랩어카운트를 펀드와는 다른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로 인식한다면, 종합금융업무에 익숙한 자산관리자들을 많이 키우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랩 시장 연착륙과 자산관리 시장 발전을 위해 규제 측면, 소비자 인식 측면, 금융사 측면에서 개선할 점을 꼽으신다면.
▶권 과장='자기투자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투자자의 책임원칙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과도한 쏠림현상이나 합리적이지 못한 묻지마식 투자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차원에서도 위탁매매수수료 부과금지, 투자권유시 수익률 제시방법 등 실태점검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로서 펀드와 구분이 명확하도록 시행 유예된 제도개선방안을 조기시행하는 방안도 추진할 생각입니다.
▶이 대표= 규제적인 측면에서 시장의 왜곡을 방지하고, 고액 자산가를 위한 특화된 상품이라는 랩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사모펀드 수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상무=랩어카운트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초기시장이기 때문에 제도보완으로 시장이 성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소비자도 자금의 성격을 꼼꼼히 검토해 단기투자에서 장기투자로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김 실장=증권회사 스스로 펀드와는 다른 상품이며, 시장도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최소투자자금의 규모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설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금융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랩어카운트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