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지금 '랩 혁명'중 ④-1]
"자문형랩 말고 랩이 또 있습니까?"(회사원 장 모씨)
"펀드 랩은 찾는 고객이 거의 없습니다. 요즘 랩에 가입한다는 고객은 100% 자문형랩을 찾는다고 보면 맞습니다"(A 증권사 직원)
국내 랩어카운트 시장은 지난 2년간 '자문형랩 열풍'을 타고 3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자문형랩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 시대를 불러왔다. 그러나 '랩=자문형랩'이라는 인식 속에 랩 시장이 단기간 급성장한데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자문형랩, 랩어카운트의 전부?
삼성증권(102,300원 ▲3,700 +3.75%)의 경우 1월 말 현재 전체 랩어카운트 잔액(3조8000억원) 가운데 자문형랩이 차지하는 비중이 75.3%(2조8616억원)에 달한다.
삼성증권의 랩 상품 가운데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유형은 '랩오브랩', '본사운용형', '해외자문형', '외주자문형' 4가지로, 모두 124개 상품이 설정돼 있다.
이 가운데 자문형랩(외주자문형)만 99개다. 주식 직접 투자 상품 외 펀드랩도 있지만 잔액은 거의 없다.

다른 증권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체 랩 잔액 가운데 47%, 미래에셋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각각 32.5%, 30%가 자문형 랩으로 자금이 몰려 있다.
자문형랩 편중 현상은 펀드에서 환매가 쏟아지자 증권사들이 자문형랩을 대안 상품으로 적극 마케팅한 결과다. 증시 상승세와 맞물려 자문형랩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자 펀드를 이탈한 자금은 자문형 랩으로 발길을 돌렸다.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나서면서 랩 가입 최저금액은 1000만원까지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주식투자용 자문형 랩에만 편중돼 있는 랩 어카운트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즉 '랩(Wrap:'모으다, 감싸다')' 본연의 성격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A 증권사 임원은 "랩어카운트는 투자자의 전체적인 자산을 적절히 분배해 맞춤형으로 운용하는 것"이라며 "단기 수익에 초점을 맞춘 주식 투자를 자산관리 서비스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B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시 상승기엔 문제없지만 하락장에선 증시 변동성을 높이는 주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랩 시장이 펀드 시장을 대체하면서 국내 자본시장이 변질되고 있는 것도 랩 급성장의 부산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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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운용사 관계자는 "자문형랩은 단기 수익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고 펀드는 장기 적립식 상품인데 우리나라처럼 랩 시장과 펀드 시장의 교집합이 지나치게 커진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문사의 포트폴리오를 보기 위해 랩에 투자한다는 거액 자산가들도 적지 않다"며 "증시 하락으로 랩에서 손실이 커지면 '고수익-고위험'을 감내할 수 없는 일반 투자자들에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증권사는 욕심 버리고 투자자는 개입하라"
전문가들은 랩이 자본시장 성장의 중심축이 되려면 '일임형 맞춤 서비스'라는 특성을 십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랩은 투자운용에 고객이 개입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간접투자와 직접투자의 중간형태지만 이제껏 펀드처럼 운용돼 왔다"며 "증권사는 계약 당시 투자자가 원하는대로 최대한 맞춰서 운용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일임형은 투자자가 증권사에 무조건 맡기는 게 아니라 증권사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는 가입한 랩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역시 랩에 전문화된 인력을 배치하고 전체 자본시장 흐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랩 시장의 성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재 금융위원회에선 펀드 업무를 관장하는 자산운용과에서, 금융투자협회도 펀드 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판매신탁일임지원부'에서 랩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