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이 인도차이나>
분명히 미국에서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는데 이상한 억양의 영어가 들려온다. 아웃소싱의 시대, 싼 인건비를 찾아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인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현지인을 고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경비 절감은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시골에서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이외수 씨가 대표적인 예다. 가끔 방송을 통해 소개되는 그의 집은 넓고 쾌적하다. 하지만 강원도에 산다는 이유로 그의 몸값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

<사바이 인도차이나>의 작가 정숙영 씨도 이와 유사한 생활을 하고 있다. 여행 작가를 천직으로 알고 활동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1년 반 동안 여행을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그녀. 경제적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번역을 하게 됐다.
어느 덧 완치가 됐고 다시 여행을 떠나려던 그녀에게 가족들은 이제 꾸준한 경제활동을 요청했다. 금전과 이상 속에서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번역일감을 가지고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네 나라라면 충분히 현실성이 있었다. 서울에서의 생활비로 그곳에서 여유롭게 일하며 지낼 수 있었고, 통신의 발달로 노트북을 열면 그 곳이 바로 사무실이 될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유명 작가나 할 법한 집필 여행. 머릿속에는 벌써 이국의 해변 카페에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에 원고를 쓰는 그림이 떠올랐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달랐다. 6시면 끊기는 전기, 연결이 안 되는 인터넷, 국경에서의 통행료 갈취 등 많은 난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자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동남아 하면 떠오르는 방콕, 푸켓, 하노이, 하롱베이. 하지만 저자는 여행경비 때문에 이런 곳은 꿈도 꾸지 못했다. 주로 머문 곳은 빠이, 씨판돈, 라따나끼리 등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지 않는, 오지에 가까운 마을들이다.
이곳에서 먹고 마시고 일하며 발견한, 관광객이나 휴양객은 결코 만나지 못할 인도차이나의 맨얼굴에서 묻어나는 행복을, 각각의 에피소드에 감칠맛 나게 녹여냈다.
독자들의 PICK!
◇사바이 인도차이나/정숙영 지음/부키 펴냄/444쪽/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