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K소방, AI·로봇 대전환 (上)

AI(인공지능)와 로봇 기술을 소방 대응체계에 접목하기 위해 '소방 AI·로봇 기술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다음 달 출범한다. 대형화·복합화되는 재난 환경에 대응해 전통적인 인력 중심 소방 체계를 첨단 기술 기반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1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소방청은 위원회 설치를 위한 훈령을 다음 달 초 발령할 예정이다. 훈령은 중앙행정기관장이 내부 조직 운영을 위해 제정하는 행정 규정으로 위원회 운영의 근거가 된다.
위원회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로봇 전문 연구소 로보틱스랩,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등이 참여한다. 현재 위원 구성은 최종 조율 단계로 훈령 발령 이후 위촉식과 함께 위원회는 다음 달 공식 출범이 이뤄질 전망이다.
위원회는 소방 분야 AI·로봇 기술 도입과 관련한 중장기 전략 수립 및 R&D(연구개발) 방향 설정, 기술 검증 등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는다. 특히 현장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술 도입 우선순위를 정하고, 관련 정책 방향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AI와 로봇 기술이 소방 대응 체계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현장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도입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연구와 검토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원회 출범은 김승룡 소방청장의 지난 3월 취임 이후 본격화된 '기술 기반 소방' 전략의 연장선이다. 김 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재난 대응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기술' 도입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대형화·복합화되는 재난 환경 속에서 유독가스와 폭발 위험 등으로 소방대원의 접근이 어려운 '난접근성 재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AI와 로봇을 활용한 대응 체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소방청은 단순 장비 도입을 넘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무인 장비 활용을 결합한 '지능형 소방' 체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이다.
AI 기술은 신고 접수부터 출동 판단, 현장 지휘까지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로봇은 고위험 환경에서 인명 투입을 최소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향후 소방 대응 체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평가다. 소방청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을 통해 기술 도입의 방향성과 현장 적용성을 함께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지난달 전남 완도군 군외면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내부 진압 과정에서 고립됐다. 냉동창고 바닥 공사 중 토치 작업에서 시작된 불은 밀폐 공간에 쌓인 유증기가 폭발하며 순식간에 번졌다. 화마는 소방관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소방청은 극한의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을 도와 불길을 진압할 '무인소방로봇'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10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부터 화재 현장용 무인소방로봇이 정식 도입된다. 대형 지하공간 화재 등 위험 현장에서 소방대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첨단 대응 체계의 일환이다. 소방청은 앞서 지난 2월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 개발한 무인소방로봇 4대를 기증받아 시범 운영 중이다. 내년부터 2년간 18대를 우선 도입하고, 이후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 100대까지 보급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극한 환경에 대응하는 무인소방로봇은 현대로템의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특수 개조한 장비다. 방수포, 자체 분무 시스템, 시야 개선 카메라, 원격 제어 장치를 붙여 화재 진압용으로 탈바꿈했다. 전장 3.3m, 전폭 2.0m, 전고 1.9m, 중량 2.25t(톤) 규모지만 최고 시속 50㎞로 이동하고 30㎝ 높이의 장애물을 넘을 수 있다. 소방호스와 연결한 방수포는 최대 50~60m까지 물을 뿜고, 자체 분무 시스템은 섭씨 500~800도의 고열 환경 속에서도 차체에 수막을 형성해 장비 온도를 낮춘다.
무인소방로봇은 현장에 '먼저 투입'되는 역할을 맡는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짙은 연기가 가득한 공장, 지하공간, 창고 내부에서는 육안으로 화점과 구조 대상자를 확인하기 어렵다. 무인소방로봇은 적외선·열화상 기반 카메라로 내부 영상을 보내고, 소방대원은 바깥에서 영상 화면을 보며 주행과 방수를 조종한다. 사람이 들어가기에 앞서 로봇이 온도, 연기, 장애물, 붕괴 우려 지점을 먼저 확인하는 셈이다.

이미 실전에도 여러 차례 투입됐다. 지난 1월 충북 음성군 생활용품 제조공장 화재에서는 무인소방로봇이 처음 투입돼 붕괴 우려가 있는 지점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내부 인명수색을 하는 데 활용됐다. 3월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대덕구 자동차부품 제조공장 화재에서도 건물 열변형으로 구조대원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로봇이 먼저 투입돼 현장 대응을 도왔다.
무인소방로봇은 현재 원격조종 방식에서 더 나아가 현장 데이터를 AI(인공지능)가 학습해 화점 탐지, 구조대상자 식별, 폭발·붕괴 징후 분석 기능을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장애물을 피해 화점에 접근·방수·복귀하는 자율주행 기반 소방로봇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소방청은 이를 육상 무인소방로봇, 수상 무인수상정, 항공 테더드론을 묶은 3축 첨단장비체계와 AI·디지털 지휘체계로 연결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방위사업청과 업무협약을 통해 국방 핵심기술을 소방장비로 확대 적용하고,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첨단장비체계 도입의 핵심을 '위험의 외주화'가 아니라 '위험 대체'로 꼽았다. 지난 10년간 화재로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1800명이 넘는다. 무인소방로봇이 고위험 현장에 우선적으로 투입되면 소방관의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현 대구가톨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무인소방로봇은 소방대원을 완전히 대신하기보다, 사람이 들어가기 전 내부 위험을 먼저 확인하는 수단의 의미가 크다"며 "첨단장비 도입은 스스로 학습·분석이 가능한 AI를 결합, 중장기적으로 지휘관 판단을 보조하는 체계를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