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퇴직연금 그룹주펀드 잇단 출시… 오너 리스크등 변동성 커 장기운용 부적절
#올 초 퇴직연금 운용상품으로 채권혼합형 삼성그룹주펀드를 택한 김규생(38)씨는 후회가 막심하다. "삼성 계열사들에 투자해 성과도 좋고 안정적"이라는 판매직원의 말을 믿고 투자했지만 실제 가입 후 수익률은 -7%대로 유형평균을 밑돌고 있어서다.
김씨는 "노후자금이라 여러 개 상품에 분산투자하려 했는데 삼성과 판매담당자의 말만 너무 믿었다"며 "어느 정도 원금이 회복되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퇴직연금펀드로 그룹주펀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그룹주펀드는 삼성, 현대 등 특정그룹 계열사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그룹 리스크 특히 오너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룹 영향력이 절대적인 오너의 신상에 변동이 생기거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경우 계열 회사 주가가 한꺼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해당 운용사들은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중 하나일 뿐 이라는 해명하지만 장기 분산투자가 필수인 퇴직연금 운용상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자산관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5일 금융감독원 및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우리자산운용은 '우리퇴직연금현대차그룹과함께40증권자투자신탁 제1호[채권혼합]'의 판매를 준비 중이다. 모자형 상품인 이 펀드는 퇴직연금의 40% 이하를 현대차그룹주에 주로 투자하는 '우리현대차그룹플러스증권모투자신탁[주식]'에, 70% 이하를 '우리프런티어증권모투자신탁[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상품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현대자산운용이 '현대퇴직연금현대그룹플러스40자 1[채혼]'을 선보였다. 이 펀드 역시 모자형 구조로 퇴직연금의 40% 이하를 '현대현대그룹플러스증권모투자신탁[주식]’에 투자한다. 나머지 퇴직연금은 채권형펀드로 운용된다.
'현대현대그룹플러스증권모투자신탁[주식]’는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그룹주에 집중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로 지난 5월말 현재 범현대그룹주 투자비중은 100%에 가깝다. 퇴직연금의 40% 이하를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DC) 근로자가 이 펀드에 가입하면 주식투자 대부분을 범현대그룹주에 투자하는 셈이다.
'현대퇴직연금현대그룹플러스40자 1[채혼]'는 채권혼합형 상품이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9.14%로 유형평균(-6.45%)을 밑돌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소버린위기로 현대차 등 대형주가 큰 폭으로 하락한 탓이다.
이밖에 삼성자산운용은 퇴직연금의 40% 이하를 삼성그룹주에 집중 투자하는 '삼성퇴직연금삼성그룹주40 1[채혼]'를 운용 중이고, 한국투신운용도 '한국투자퇴직연금삼성그룹 자 1(채혼)'과 현대차그룹주에 주로 투자하는 '한국투자퇴직연금현대차그룹리딩플러스40자 1(채혼)'를 출시한 상태다. 이들 퇴직연금펀드 역시 최근 1개월 수익률은 -7~-8%대로 유형평균에 비해 크게 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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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전문가들은 그룹주펀드는 그 특성상 분산투자 효과가 제한적인데다 그룹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직견탄을 맞을 수 있어 퇴직연금 상품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이사는 "국내 그룹주펀드의 가장 큰 문제는 모두 심각한 오너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라며 "삼성, 현대그룹 등이 2세 경영으로 이어지면서 그룹이 해체됐듯이 향후 지배구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펀드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운용사들은 그러나 그룹주펀드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중 하나일 뿐이고, 더욱이 채권혼합형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자 중에는 단일상품 가입자도 많아 주식운용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주식 투자비중이 40% 이하라고 해도 퇴직연금을 그룹주펀드에만 투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여러 개 운용상품 중 하나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