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심각…"88% 수의계약"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심각…"88% 수의계약"

전혜영 기자
2011.11.09 11:29

광고·SI· 물류 업종 실태조사, 역할없이 '통행세' 징수하기도

대기업집단이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할 때 열에 아홉 번은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업체는 수의계약을 통해 손쉽게 수주한 후 이를 중소기업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통행세'를 챙기는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20개 광고·SI(시스템통합)·물류 업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88%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다. 반면 비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 수의계약에 의한 거래는 전체 거래금액의 41%로 내부거래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제일기획(22,200원 ▲200 +0.91%)(삼성), 이노션(현대차), SK마케팅앤컴퍼니(SK), HS애드(LG), 삼성SDS(삼성), 현대오토에버(현대차), SK씨앤씨(SK), LG씨엔에스(LG), 삼성전자로지텍(삼성), 현대글로비스(현대차) 등 2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개 업체의 지난해 매출액 총 12조9000억 원 중 71%인 9조2000억 원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업종별로는 물류분야의 내부거래 비중이 83%로 가장 높고, 광고(69%), SI(64%)의 순이었다. 물류는 모회사에서 물류서비스 부문이 분리·설립돼 완전자회사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아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SI는 공공분야 및 금융권의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해 내부거래 비중이 다른 업종에 비해 낮다는 것이 공정위의 분석이다.

이들 업체는 사업자 선정방식에서 대부분 수의계약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대상 20개 업체의 계열사와의 거래액 총 9조1620억 원 중 88%(8조846억 원)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됐다. 경쟁입찰 비중은 12%(1조774억 원)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물류 및 광고분야의 수의계약 비중이 각각 99%, 96%로 매우 높았고, SI분야는 수의계약 비중이 78%로 나타났다.

반면 비계열사와의 거래는 총 3조7177억 원 중 41%(1조5211억 원)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됐으며, 경쟁입찰 비중은 59%(2조1966억 원)로 조사됐다.

특히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수주한 후 계약내용과 거의 동일한 업무를 별다른 역할 없이 하나의 중소기업에게 위탁하고 일정금액을 취하는 소위 '통행세' 징수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실제로 A사는 계열사 B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000 라이센스 도입'을 130억 원에 수주한 후 108억 원에 소프트웨어업체 C사에 위탁하면서 20여억 원을 챙기기도 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들이 광고·SI· 물류 분야 등에서 관행적으로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사례가 많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이는 대기업집단별로 폐쇄적인 내부시장이 형성되고, 역량 있는 비계열 독립기업의 사업 참여 및 성장기회가 제약되는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대기업집단의 수의계약 관행이 개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계약방식에 관한 모범거래관행(best practice)을 제시해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경쟁입찰을 확대해 나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경쟁입찰 여부가 공시되도록 해 사회적 감시수준을 강화하고, 공정거래법 위반이 되는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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