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항아리' 55兆론 감당 불가···부가세율 인상 등 통일세 도입 불가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돌연 사망하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통일'이라는 단어가 현실 속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통일재원 마련 논의도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과연 누가, 언제, 얼마나 내야하는 것일까. 정부는 연 1조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에 통일계정을 만드는 것을 중심축으로 잡았지만, 전문가들은 비용의 규모와 적립 속도를 감안할 때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통일세'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통일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에 적립성 통일계정을 신설하는 것을 통일재원 마련의 중심축으로 잡고 있다.
남북협력기금은 매년 1조1000억원 안팎의 예산이 책정되지만 남북협력 사업의 집행율이 저조해 상당수의 기금이 국고로 반납되고 있다. 올해의 경우 11월 말 기준으로 1조153억원의 예산 중 306억원만이 사용돼 집행률이 3%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991년부터 올해까지 남북협력기금으로 책정된 예산 약 10조원의 예산 중 약 5조5500억원만 지출된 것을 고려하면 현재 약 4조4500억원의 적립이 가능한 셈이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의 불용액을 이른바 '통일 항아리'라고 명명한 특별 계정에 꼬박꼬박 적립하는 한편 민간 출연금, 정부 출연금, 다른 법률에서 정한 전입금 또는 출연금 등도 함께 항아리에 담아 20년 후 총 55조원대의 통일 재원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통일 항아리'만으로는 통일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통일부 용역결과를 보면 통일 후 초기 1년간 비용만 계산했을 때도 2020년 통일을 가정한 단기형 시나리오의 경우 27조~120조원, 2030년 통일을 가정한 중기형 시나리오는 무려 56조~278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통일재원 조달 방안으로 이른바 '통일세'로 불리는 세금을 신설하는 것을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꼽고 있다. 특히 부가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추가 확보되는 세수를 통일 항아리에 담는 방안을 유력하게 한 방안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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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세는 간접세여서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어 세수 확보가 용이하며 적은 세율 인상으로 모든 납세자가 추렴해 많은 돈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부가세율을 2%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추가 확보되는 세수는 연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안종석 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세금 부과를 통한 통일기금 적립 방식에 대해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가세 신설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가세가 고소득층보다 중·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이 되는 근원적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세목을 신설하거나 소득·법인세에 통일세를 직접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이 도입한 '연대특별세'(Solidarity Surcharge)가 바로 이 형태다. 독일은 통일 직후인 1991년 최초 1년 기한으로 소득세와 법인세에 각각 7.5%씩 부과됐으며, 이후 1995년 부활돼 소득세와 법인세의 5.5%가 부과됐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통일세를) 일종의 특별세나 목적세로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 경우 관건은 납세자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라고 지적했다.
통일 국채를 발행해 통일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실제 독일도 통일재원 중 세금(27%)보다는 국채 발행(53%) 비중이 컸다.
하지만 국채발행은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마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가 재정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규모가 최소화되고 시기도 늦춰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채 발행의 경우 재정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동시에 현재의 비용을 미래 세대에 비용을 떠넘기는 성격이 강하다"며 "만약 발행된 다 해도 그 규모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