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복 차림 여대생들 총장실 '점령', 왜?

전투복 차림 여대생들 총장실 '점령', 왜?

배준희 기자
2011.12.23 11:08

숙명·성신여대 ROTC 설치, 취업난 속 여대생 ROTC 인기

지난해 12월 열린 숙명여대 ROTC 출범식에서 예비 여성장교들이 단상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숙명여대
지난해 12월 열린 숙명여대 ROTC 출범식에서 예비 여성장교들이 단상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숙명여대

올 초 검은색 베레모에 푸른 빛깔의 제복을 입은 여대생 30명이 숙명여대 총장실에 들이닥쳤다. 숙명여대에는 지난해 여대 최초로 ROTC(학군단)가 설치됐다. 예비 여성장교들이 3주 일정의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경기 성남의 학생중앙군사학교에 입소하기 전 '출정식'을 겸해 총장실을 찾았던 것.

전투복 차림의 여성들이 숙명여대 총장실에 들이닥친 것은 개교 104년 만에 처음이다.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은 이 자리에서 "4성(星) 장군 한 명만 나와 달라"고 격려했다는 전언이다.

대학가에서는 여대생들 사이에 ROTC가 취업의 '신(新)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극심한 취업난 속 직업안정성이 보장되는 군 장교에 여대생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이 군 장교가 될 수 있는 길은 육·해·공 사관학교에 진학하거나 대학 졸업 후 여군사관에 지원하는 길 뿐이었다.

여성 ROTC 후보생들은 학기 중에는 군사학 등의 이론교육 위주의 수업을, 방학 중에는 입영훈련을 받으며 모두 720시간의 훈련을 마쳐야 한다. 이들은 전원 장학금을 받으며 해외문화탐방의 기회도 갖게 된다고 숙명여대는 밝혔다.

학기 중 학과수업과 병행해 고된 군사훈련을 받기 쉽지 않음에도 ROTC에 여대생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졸업 후 2년4개월의 의무복무 기간을 마치면 근무평점에 따라 직업군인의 길을 걸을 수 있어 취업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군 복무 중 공무원 7급 수준(연봉 약 2500만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으며 직업군인의 길을 걷지 않더라도 일반 기업체로 진출할 수 있어 혜택이 쏠쏠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올해 13년 만에 장교 특별채용 제도를 부활시킨 삼성그룹을 포함해 내년에는 재계 전반으로 이 같은 추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전역 장교들이 지닌 리더십과 특유의 책임감이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고유의 섬세함까지 갖춘 여성 ROTC들은 많은 기업들이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군 복무기간 동안 대학 전공과 연계한 병과에서 근무하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여대생들의 ROTC 선호도를 높인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교육학이나 정치외교를 전공한 장교들은 병사들의 정신교육이나 홍보 관련 업무를 맡는 방식이다.

4년제 사립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공군부사관으로 입대한 이모씨(30·여)는 "정훈병과에서 근무하며 대학 때 전공과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었다"며 "여성이 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여성 장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대학 내에서는 '여군 동아리' 및 '입대준비 스터디'등의 모임도 활기를 띤다. 부산의 동의대는 지난 4월, 여군 입대 준비를 위한 스터디 모임을 '여자 명예 ROTC'라는 정식 동아리로 승격해 지도교수를 배정했다. 경북 경산의 영남대에서도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여군 장교 육성 프로그램'에 대한 교내 여학생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조용하던 여대 캠퍼스에서 '충성' 구호와 '~다, 나, 까'의 군대말투가 들리는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된다.

김현숙 숙명여대 학생처장은 "한국사회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 본격화로 우먼파워시대 혹은 소프트파워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ROTC가 여대생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것"이라며 "단순한 스펙관리나 직업적 차원을 넘어 여성리더로써 활동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 때문에 생겨난 새로운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현재 전국 여대 가운데 ROTC가 설치된 곳은 숙명여대와 성신여대 2곳이다. 국방부는 올해 남성 학군단이 설치된 전국 대학 109곳을 포함해 모두 250명의 '여대생 R0TC' 후보생을 선발했다. 여성 ROTC의 평균 경쟁률은 약 8대1로 남성의 경쟁률(3.2대1)을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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