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한국형 헤지펀드 <2부 글로벌 현장>2-1 CTA 강자 英 에스펙 캐피탈]

영국 런던의 헤지펀드 밀집지역인 메이페어(Mayfair)구역.
화려한 쇼핑매장이 즐비한 옥스포드와 리젠트 스트리트를 끼고 있는 곳이다.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에서 'CTA(Commodity Trade Advisory:추세 추종전략)'을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에스펙 캐피탈(Aspect Capital·이하 에스펙)본사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수 백 년은 족히 돼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자리 잡은 현대식 건물에 위치한 에스펙은 전체 임직원들이 칸막이 없이 오픈된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다.
각 부서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칸막이를 없앤 것.
매주 금요일 공간을 튼 회의실에 현지 임직원 1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회사의 주요 이슈와 운영방안을 나누기도 한다.
◇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120개 시장서 6.8조 굴리는 큰 손
1997년에 설립된 에스펙은 미국, 홍콩 지사를 포함해 140여명의 인력을 거느린 헤지펀드 운용사로 지난해 11월 기준 운용자산(AUM)이 59억달러(한화 약 6조8145억원) 규모에 달한다.
같은해 10월 기준 고객자산 비중은 기관투자가가 전체의 54%에 이르며 펀드오브펀즈(fund of funds·26%), 판매파트너(distribution partners·20%)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에스펙은 전 세계 120개 시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모델에 적용해 투자하는 CTA전략에만 집중하고 있다. 에스펙은 CTA 부문에 있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톱3'에 드는 최대 회사이다.
에스펙이 투자 및 분석대상으로 삼는 120여개 시장은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지에 고루 분포돼 있다. 유럽이 33%로 비중이 가장 높고 북미(28%), 아시아(23%), 중동(16%) 등이 뒤를 잇는다. 특히 아시아 지역 비중은 2년전 15%에서 대폭 확대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홍콩 사무실을 두고 세일즈 인력을 파견하고 있는 것도 점차 아시아 비중이 확대되는 때문이다.

에스펙이 내세우는 유일한 운용전략인 CTA는 쉽게 말해 과학적으로 구조화된 컴퓨터 프로그래밍 모델로 특정 선물시장의 트렌드를 포착하고 여기에 맞는 포지션으로 대응해 수익을 내는 투자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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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대상은 농산물(agriculturals), 채권(bonds), 통화(currencies), 에너지(energies), 금리(interest rates), 금속(metals), 주식 인덱스(stock indices) 7가지 포트폴리오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 투자대상 영역에서 발생하는 핵심 트렌드(추세)를 발굴하고 모듈화해 분산투자한다.
라즈반 렘싱(Razvan Remsing) 에스펙 상품 매니저는 "분석대상의 데이터(raw data)를 수집한 뒤 프로그램에 적용해 트렌드를 포착해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포지션으로 대응하는 전 과정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되고 있다"며 "트렌드에 따라 유연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레버리지를 관리하기 때문에 파생상품 투자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낮은 매우 보수적인 헤지펀드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 "2008년 글로벌 위기 때 사상최대 수익률…올해도 플러스"

다년간 쌓인 안정적인 CTA전략 운용경험으로 에스펙은 지난 2008년 연간 운용수익률은 25.4%에 육박,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120개 시장, 7개 상품군으로 투자가 분산돼 있어 특정 시장의 위기에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을 뿐 아니라 시장침체기에도 트렌드를 읽고 적극적인 숏 포지션 취해 손실을 방어하고 추가수익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
라즈반 렘싱 상품 매니저는 "에스펙은 초창기부터 꾸준히 경험을 쌓고 모델을 보완해 안정적인 CTA 운용 프로그램을 구축해왔다"며 "시장의 상향, 하향 트렌드를 읽고 이에 따른 포지션을 정하고 언제 투자하고 빠져나오며 투자규모와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통합 시스템으로 일괄 관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펙은 2008년에 이어 상당수 헤지펀드들의 발목을 잡은 유럽 재정위기에도 리스크 관리에 성공, 지난해 연 수익률이 4.52%를 기록했다. 2010년 수익률인 15.4%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두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한 헤지펀드들이 적지 않은 지난해 같은 상황에서는 선전한 셈이다. 변동성 높은 장세에서 강한 CTA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록 스타된 창업자…각국 인재 모여 CTA 전파"
에스펙은 고등학교 동창생 둘이 일궈냈다.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친구 마틴 루엑(Martin Lueck)과 마이클 아담(Michael Adam)은 1882년 나란히 영국의 대형 헤지펀드 맨그룹(Man Group)에 입사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바탕으로 한 트레이딩 모델을 개발하는 일을 했던 둘은 맨그룹이 지분 67%를 투자한 자회사 AHL의 주축이 됐다. 당시 AHL은 CTA전략뿐 아니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 운용사였다.
두 사람은 CTA전략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AHL에서 독립을 결심, AHL에서 함께 일하던 다른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창업자와 직원 중심의 유한회사 형태로 1997년 8월 에스펙을 창업했다.
50년 우정을 유지해 온 친구이자 동료인 마틴 루엑과 마이클 아담은 현재 현직에서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있다. 은퇴 이후 한 명은 오랫동안 꿈꿔오던 록 밴드에서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며 앨범준비에 여념이 없고, 다른 한 명은 아프리카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창업자들을 포함한 에스펙의 이사회 구성원들은 50대로 구성돼 있지만 전체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으로 젊다. 대부분 5~10년 내외의 경력을 갖춘 전문 인력들이며 국적도 미국, 유럽, 남아프리카공화국, 중동, 아시아 등으로 다양하다.
상품 매니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 있는 대학에서 수학, 물리학을 전공하고 헤지펀드에서 일하다 CTA전략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 런던으로 건너왔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세일즈 매니저는 인도에서 태어나 11년간 에스펙 홍콩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 CTA(Commodity Trade Advisory)란=상품선물, 지수선물, 개별선물 등 파생상품 선물시장에서 정량적 분석을 토대로 적극적으로 투자함과 동시에 레버지리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운용전략의 일종이다. 시장의 트렌드(방향성)을 분석해 상승장에서 롱(매수), 하락장에서 숏(매도) 전략을 펴 장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