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한국형 헤지펀드 <2부 글로벌 현장>2-2]에스펙 캐피탈 상품총괄 매니저 인터뷰

'한국형 헤지펀드' 시대의 막이 올랐다.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가 미래에셋, 삼성, 동양, 신한BNP파리바, 미래에셋맵스, 한국투신, 하나UBS, 우리, 한화 등 9개 자산운용사에 한국형 헤지펀드 최종인가를 내주면서 주사위가 던져졌다.
9개 운용사의 12개 헤지펀드 상품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초기 시장조성을 위해 규제권한을 지닌 금융당국이 시장주체와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부작용을 막기 위해 투자자산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높은 진입장벽을 설정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인투자자의 최소투자금을 5억원 이상으로 제한한 점은 선진시장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보다 중요한 것은 '인력 확보'에 있다는 게 글로벌 헤지펀드의 지적이다. 에스펙 캐피탈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국내와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롱숏전략에서부터 성장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니만큼 관련 인력을 육성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펙 캐피탈의 라즈반 렘싱(Razvan Remsing) 상품 총괄 매니저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구사하는 시스템화된 운용전략은 오랜 기간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구축된 것이니만큼 단기간에 돈을 주고 산다거나 이식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헤지펀드는 롱숏 위주에서 벗어나 보다 시스템화된 CTA, GTAA, 자산분배(Asset Allocation) 등의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각 단계별 운용전략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좀 더 멀리 내다본다면 주식선별(stock-picking)에 재능이 있는 매니저를 확보하는 것보다 유의미한 데이터(raw data)를 수집하고 프로그램 모델에 투입할 수 있는 수학, 과학, 물리학, 프로그래밍 등에 특화된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열풍을 불러일으킨 국내 자문형랩 시장에서 '스타 매니저'들이 대거 자문사를 창업해 '반짝' 부상했던 것처럼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도 초기에는 특정 주식을 선별해 롱(매수), 숏(매도) 포지션을 설정, 높은 수익을 내는 스타 매니저가 주목을 끌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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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수 스타 매니저에 의존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상품은 자문형랩 시장 침체 사례처럼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강세, 약세장 모두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수익을 내는 과학적인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는 곳이 '롱런'할 것으로 예견했다.
에스펙 캐피탈의 경우 창업년도인 1997년 초창기부터 점차 리서치 비중을 높여 현재 전체 140여명의 인력 가운데 50% 이상이 리서치 부문에 집중돼 있다. 분석과 경험, 직관 등을 두루 활용해 시장을 전망하는 통상적인 의미의 이코노미스트 인력는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과학적인 데이터 리서치에 대한 믿음이 공고하다.
에스펙 캐피탈은 데이터 리서치에 높은 비중을 둔 CTA전략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낸 올해도 플러스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막 출발점에 선 한국형 헤지펀드도 이 같은 전례를 남겨야 장기적인 시장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