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감원에 2357건 대출사기 접수… "대포폰 근절방안 마련돼야"
충남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대출받고 싶은 급한 마음에 아이폰 3대를 가입, 3대를 모두 날리는 황당한 사기를 당했다.
박 씨는 지난 3월 대출관련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3000만원이 필요했던 박 씨는 호기심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30분 뒤 자신을 팀장급 상담사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9.2%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건이 붙었다. 아이폰 2대를 개통해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 개통 후 자신들이 회수하고, 바로 해지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 씨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출금이 필요한데다 상담사가 자신의 주소와 이름, 주민등록번호까지 문자메시지로 보내와 믿고 대출을 신청했다.
박 씨는 매장에서 아이폰을 개통한 뒤 퀵 서비스로 아이폰 2대를 발송했다. 하지만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의를 해봤지만 대출 신청자가 밀려 당일 대출이 힘들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 다음날 실장급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아이폰 1대가 더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의 의심은 더욱 깊어졌다. 결국 박 씨는 대출신청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또 다시 연락이 왔다. 그들은 어렵게 대출승인이 났는데, 1대만 더 신청해서 보내주면 자신들이 책임지고 직접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대출금이 필요했던 박 씨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후 그들과의 연락은 두절됐다.
박 씨는 "아이폰을 보낸 뒤 물건이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처리를 하고 있다면서 20분 후쯤 입금처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그 후로부터 밤새도록 전화를 해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지금도 전화를 걸면 통화중이거나 몇 번 신호만 가고 끊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25일 대부금융협회와 소비자금융연구소가 주최한 서민금융포럼에 참석한 한 피해자의 실제 이야기다. 대포폰을 활용한 전형적인 대출사기로, 최근 대포폰을 통한 대출사기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사기 당하지 않겠지"라는 막연한 생각과 달리 박 씨처럼 대출사기를 당하는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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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대출사기 피해건수는 235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463건, 2011년 794건에 이어 급증하는 추세다. 이 중 대포폰을 활용한 사기가 대부분이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체 대출사기의 64%는 휴대폰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박담재 소비자민원센터장은 "대출사기 범죄 방지를 위해 대출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 및 대포폰을 즉시 정지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대출사기 피해는 경찰에 고발해도 제대로 수사나 구제가 안 되는데 사법당국의 수사력 강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대포폰을 이용한 범죄에 대한 적극적 조치 없이는 불법 사금융을 비롯한 서민의 피해나 범죄를 방지하기 어렵다"며 "대포폰 이용자, 공급자에 대한 처벌 강화, 전기통신법과 이와 관련된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등의 개정 등을 통해 대포폰 이용을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직 한국인터넷진흥원 책임연구원 역시 "대포폰의 개통단계부터 유통, 이용자 단속까지를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의 제정과 함께 대포폰 불법이용 단속을 주도하는 국가차원의 대응기관 지정을 통해 대출사기, 불법스팸 전송 등 행위별 담당기관 간의 유기적인 대응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