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말하기 대회 첫 아시아계 1등 韓 여대생

중국어 말하기 대회 첫 아시아계 1등 韓 여대생

최우영 기자
2012.09.07 08:39

제11회 한위차오 대회 우승자 이화여대 손지오

"워 아이 중궈(사랑해요 중국)!"

수백명의 내로라하는 중국어 고수들 틈에서 1위 소감을 말하는 여대생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흘렀다. 손지오씨(25·이화여대)는 최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비중국인 대상 중국어 대회 제11회 한위차오(漢語橋)에서 아시아계 중 처음으로 대상을 수상하고 우수중국언어대사 칭호를 받았다.

중국 외교부가 운영하는 공자아카데미 주최로 해마다 열리는 한위차오는 전세계에서 모인 비중국계 외국인들이 중국어 실력과 중국문화 이해도를 겨루는 자리다. 올해 7월 열린 11회 대회에는 70개 나라에서 예선을 거친 117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손씨는 "참여에 의의를 두고 좋은 경험 쌓자는 생각에 우승 소감도 준비하지 못해 '사랑해요 중국'만 외쳤다"면서 "4단계에 걸친 본선을 거치며 30명, 12명, 6명씩 다음 단계로 올라갈 때의 기분은 꼭 슈퍼스타K에 나간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한위차오 본선에서 손씨를 당황시킨 것은 다양한 경연 방식. 한국 예선을 치를 때 거쳤던 프리젠테이션은 본선 1단계에서만 통했다. 2단계부터 각국 전통음식 홍보, 올림픽 종목 신설하기, 상황극 등 다양한 과제가 쏟아졌다.

"상황극은 원래 성룡과 김희선이 출연한 '신화:진시황릉의 비밀' 대본이었는데 발표 3시간 전에 '몽골을 비하하는 내용이 있어 안된다'며 다른 대본으로 바뀌었어요. 남들 1주일씩 연습하는데 혼자 3시간만에 똑같은 수준을 맞춰내려니 부담스러워 죽는 줄 알았죠."

손씨는 결국 최종 예선에서 마다가스카르, 벨기에, 영국, 인도, 호주에서 온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CCTV(중국중앙텔레비전) 아나운서, 중국인 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진에게 극찬을 받았다. 유창한 중국어 회화실력과 함께 중국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높은 점수에 일조했다.

손씨가 처음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3이던 2002년 중국 심양 방문이 계기였다. "대전시 중학생 대표로 심양에 보름 정도 홈스테이 하면서 머물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직접 중국인들과 부대끼면서 중국에 대해 가졌던 '사람들이 드세고 불친절하다'는 편견을 벗게 됐습니다."

중국에 마음이 꽂힌 손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독학으로 중국어를 공부했다. 대학교도 중문과로 진학하려다 '중화권 대학에 가면 중국어뿐만 아닌 다른 공부도 가능하겠다' 싶어 국립 대만대에 입학했다.

현재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과정 1년차인 손씨는 이번 한위차오 우승으로 박사과정까지 중국외교부의 전학기 학비지원을 약속 받았다. 한국에서 석사 학위를 딴 뒤 중국 베이징대 또는 촨메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게 손씨의 목표다.

"학위를 딴 뒤에 딱히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요. 단지 좀 더 중국과 중국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싶고 한국과 중국을 이어주는 튼튼한 다리가 되고 싶어요. 제가 2002년 중국인 가정에서 지내며 편견을 지워냈던 그 경험을 다른 많은 한국인과 나눠가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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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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