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대부 정문술 전 회장..모든 것을 내려놓다

벤처업계 대부 정문술 전 회장..모든 것을 내려놓다

오동희 기자
2012.09.19 17:36

30년 미래산업 대주주 지분 전량 매도

벤처 창업 1세대이자, 벤처인들로부터의 존경을 받는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전 회장, 74세, 사진)이 30년간 쥐었던 기업의 끈을 놨다. 지난 2001년 현업에서 물러나 미래산업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벤처에 대한 애정으로 보유하고 있던 미래산업 지분 전량(7.49% 약 402억원)을 매도한 것.

193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정 고문은 군 제대 이후 중앙정보부에 특채돼 1980년 5월 해직될 때까지 18년간 공직생활을 했고, 보안사 중심의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중앙정보부에서 해직된 후 처음 풍전기공이라는 회사에 들어가 이 회사에서 빚독촉 등 영업이사로서 갖은 풍랑을 겪었다.

1983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래산업을 설립해 1996년 현대전자의 우수협력사에 선정되고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데 이어 1999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정 회장은미래산업(14,970원 ▼80 -0.53%)을 통해 1997~2000년 닷컴열풍이 한창일 때 소프트포럼, 라이코스코리아, 사이버뱅크, 자바시스템, 온네트, 미래온라인, 코리아인터넷홀딩스, 나나비전, 스크린박스코리아 등 10여 개의 벤처 기업을 세우거나 출자하면서 ‘국내 벤처 업계의 대부’라는 이름을 얻었다.

미래산업의 주력 제품은 반도체 검사 장비인 테스트 핸들러(Test Handler)와 칩 부착 장비(Chip Mounter)로 이를 국산화해 당시 2억 달러 이상의 수입대체효과를 올리고 50% 이상을 수출하는 등 성가를 높였다. 장비국산화의 선두주자였던 미래산업은 2001년 대기업과의 거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서 그는 63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과감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정 고문은 여러 차례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그는 후학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의 재산 중 300억원을 KAIST에 기부해 현재 KAIST에는 '정문술관'이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경영권을 넘긴 후에는 기업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맡겼다.

그는 은퇴 후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과 KAIST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그가 국민은행 이사장이 되자 미래산업은 외부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거래은행을 국민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바꾸고 아직까지 국민은행과는 거래를 트지 않을 정도로 '결벽증'을 가졌다.

그동안 미래산업은 정문술 고문이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했다. 미래산업 내부에서는 이같은 이상급등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기업의 가치에 따라 주가가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게 정 고문의 평소 기업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2000년 정고문과 안 교수가 산업 현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정 고문이 "주가에 정신 파는 벤처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한 수 코치한 일화도 유명하다.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선언한 19일 그의 벤처 멘토였던 정 고문이 자신의 30년이 담긴 미래산업을 완전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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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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