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음직스럽도록 기름진 음식을 앞에 두고 괴로운 표정만 짓고 있는 친구에게 옆구리 살 따위의 걱정은 벗어 던지고 자연스럽게 본능을 따르라던 어느 영화 속 여주인공을 보며 그녀도 일상의 공간, 복잡한 도시로부터 아주 멀리 떠나왔기에 다이어트로부터 벗어난 당당한 보헤미안이 될 수 있었겠지 싶다.
평범한 우리는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 속에서 살며 경쟁하며 일하며 연애하며 시험을 치르며 아이와 놀아주며 비교하며 비교당하며 이런 와중에 다이어트도 해나가야 한다. 큰 주의력이나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쉽거나 게으른 다이어트 방법에 선뜻 끌릴만하다.
어느 월요일 오전 진료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두 달째 체중조절 프로그램에 충실히 참여하고 있는 한 여성에게 주말 잘 보내셨냐 인사를 건네니 대뜸 울상을 지으며 "저 어제 한끼 밖에 안 먹었어요"라고 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체중 조절의 기본이 저 열량 식사이다 보니 과식했다, 살찌는 음식 먹었다 등등의 일들이 의사에게 털어놓을 고민이건만 이 여성은 식사를 거른 일을 고백했다.
체중조절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도록, 그러기 위해서 규칙적인 식사를 하도록 계속 피드백을 받다 보니 식사를 거르는 행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거다. 좋은 현상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저녁은 굶고 하루 한끼만 먹자 계획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끼니 수를 줄이는 다이어트는 실패 가능성이 높다.
신체 반응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 몸은 섭취 에너지가 줄어들수록 기초 대사량 등의 소비에너지도 같이 줄어드는 '적응성 열생산' 체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의 저 열량 식사는 오히려 체중을 서서히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하루 한 끼로 18~20시간 정도의 긴 공복 시간이 생기면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는 에너지를 축적하는 작용 축이 강화돼 섭취하는 음식의 이용률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잉여 에너지가 많아져 축적되는 지방의 비율이 높아진다. 섭취한 음식이 더 쉽게 지방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한 끼를 먹어야 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계획은 실천 여부를 떠나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증가시키고 역설적으로 음식에 대한 갈망도 더 키운다. 이는 대개 부적절한 보상으로 나타나는데 늦은 밤 과식을 한다든지 회식 같은 외부자극에 쉽게 무너져 기름진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이 그런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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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점을 알게 된다더라도 여전히 '한끼만 먹자' 하는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굶는 게 차라리 쉽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이 늦다거나 자취하느라 식사 준비가 어려울 때 삼겹살, 양념치킨, 햄버거, 피자, 파스타, 떡볶이, 라면, 빵 같은 것으로 이뤄진 저녁식사가 가장 큰 문제라는 인식까지는 모두 쉽게 접근한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해낸 해결책이 '그러니까 굶자'라는 것이 안타깝다.
늘 가던 식당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아가고 늘 먹던 음식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해 고민하고 또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이 번거롭게만 느껴지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굶자'가 계획이 아닌 계획이 되는 것이다.
다시 어느 월요일 오전의 진료실로 돌아가서. 이 여성 또한 일요일에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니 식사 준비하기가 '귀찮아서' 예전 같으면 빵 같은 것으로 때웠겠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어서 굶어 버렸다고 한다. 본인도 얘기 중 '귀찮아서' 라는 대목에 이르자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았는지 멋쩍게 웃는다.
문제를 그저 덮어두는 것(안 먹기)처럼 소극적인 대처는 작은 외부 자극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지만 문제를 없애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일(잘 챙겨먹기)처럼 적극적인 대처는 장기적 실행을 가능하게 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 당연히 다이어트에서 좋은 결과란 노력한 만큼 만족스러운 체중 감량과 그것의 오랜 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