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다이어트]다이어트에 지쳤다는 16살 너에게

[힐링다이어트]다이어트에 지쳤다는 16살 너에게

김정은 기자
2012.12.05 10:01
[편집자주]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만들기위한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많아진 시대입니다. 비만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를 불문합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일반인들에게 비만에 관한 정확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365mc 비만클리닉 신촌점 김정은 대표원장의 고정칼럼을 게재합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 원장은 '2012 슈퍼모델 선발대회 본선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해당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 여기는 진료실이 아니까 그냥 너라고 해도 괜찮지?

너와 어머니가 진료실로 들어오는 모습에서 두 사람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지 짐작이 되더라. 억울하고 서러워서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참고 있는 교복 입은 너와 아직 채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표정의 어머니. 아마 여기 오자고 한 건 분명 둘 중 딸인 너 겠구나 알 수 있었지. 어머니는 너무 다이어트에만 신경 쓰는 너를 좀 말려주셨으면 하셨어. 너의 얘기를 좀 들어봤지.

다이어트 시작은 14살 때, 70kg으로 또래보다 큰 덩치가 싫어서 단식에 가까운 식사 조절과 운동을 해서 49kg까지 뺐다고 했지, 세 달 만에. 그런데 하루 2~3시간씩 하던 운동을 지속하기 어려웠고 폭식도 자주 하게 됐다고 했지. 그러다 체중이 늘어 지금의 57kg이 되었고 다행히 너 스스로 폭식은 중단했고 너무 적게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결론 내렸지만 그 뒤로도 다이어트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어.

어머니는 체중감량용 시리얼, 식사대용 선식, 다이어트 보조제 등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가계 예산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너무 지나친 거 아니냐고 하소연하셨어. 그때 네가 소리 높여 말했지.

"그렇게라도 안 하면 금방 뚱뚱해지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왜 나만 만날 살찔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살아야 되는데!"

우선 원래 체중에서 10kg 이상이나 줄인 체중을 유지했다는 사실은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어. 그냥 되는 일이 아니거든.

왜 계속 신경 쓰며 살아야 하냐고? 음… 그건 너의 숙명이야. 잉여 에너지가 쉽게 생기는 기질을 표현하는 몇 가지 유전자 코드들, 70kg을 기억하고 있는 신체 조직들, 이런 것들은 네 몸을 강력히 지배하고 있어. 그래, 이런 말이 너에게는 더 이상 날씬해질 수는 없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 우리는 고현정 피부에 비하면 나무껍질 같은 타고난 피부에 대해서는 그저 아쉬워하고 말잖아. 또 손담비 종아리에 비하면 뽑다가만 우산 자루 같은 짧은 장딴지에 대해서는 헛웃음으로 승화하고 말잖아.

그런데 왜 날씬해지고 싶다는 바람은 이렇게도 강력하게 우리를 지배하는 걸까. 나는 그 이유가 날씬해지고 싶다는 강한 바람은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역설적인 측면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

나는 '숙명'이라는 단어를 다른 경우에도 붙여볼 수 있을 것 같아. 당뇨병이라는 질환은 유전성이 아주 높단다. 숙명이지. 그런데 말이야. 이 유전력을 가진 사람들의 일생이 모두 같지는 않아.

발병 자체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발병한 사람들 중 상당수도 몇 알의 알약 혹은 아무것의 도움 없이도 평생을 하고 싶은 일하며 행복하게 지내는 경우도 많단다. 물론 자신의 숙명을 이기기 위해 노력(체중을 감량한다든지, 식단 조절을 철저하게 한다든지)을 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겠지.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말이 다르게 보면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니 해 볼 만하지 않니? 그러니 네가 지금 당장 달라지지 않는다고 앞으로 영원히 변할 수 없다는 생각은 하지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분야에서 현대 의학은 꽤 진보해있단다.

다만 체중이 빠지는 일에도 타이밍이 있는데 지금은 네가 잠시 숨을 골라둬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 오히려 혼자 다이어트 하면서 생긴 좋지 않은 버릇과 인식들을 더 늦기 전에 교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봐.

다행히 너의 어머니도 가끔 네가 병원에 와서 상담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허락해주셨으니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와도 좋아. 그 전에 네가 지금의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체중은 단지 너를 표현하는 형질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우린 다시 볼 일이 없겠지. 그래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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