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원회 구상에 돌입했다. 당선 후 첫 주말인 22~23일에는 외부 일정 없이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인산작업에 몰두했다. '철통보안'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평소 인사원칙 탓에 측근들마저 "결과는 당선인만이 안다"고 입을 모은다.
인선 명단은 물론 발표 시기조차도 삼성동 밖으로는 좀처럼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갖가지 하마평이 나돌고 있지만, 측근들은 "아는 게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다만 박 당선인의 과거 인사 스타일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2인자' 배제=박 당선인은 15년 동안의 정치생활 동안 2인자를 키우지 않았다. 5년 전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며 친박(친박근혜)계가 당내 양대 계파로 성장했지만, '좌장'으로 평가받았던 김무성 전 의원조차 세종시 수정안 논란으로 거리가 멀어지며 2인자의 자리를 잃었다. 2010년 2월에는 박 당선자가 직접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며 김 전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박 당선자의 이 같은 원칙은 어려서부터 청와대에서 자라며 권력의 암투를 지켜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인수위 및 새 정부 조각에서도 최측근의 핵심 요직 발탁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 한 관계자는 "특정 계파 인사, 측근 인사라는 논란에 휩싸이면 정권 출범 전부터 국정개혁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캠프 '일등공신'들이 연달아 백의종군 입장을 밝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한 번 믿으면 '무한신뢰'=이른바 '친박 핵심'이라고 평가받는 인물들은 오래 전부터 박 당선인의 곁을 지켰던 인물들이다. 박 당선인은 1998년 정치에 입문한 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보좌진을 교체하지 않았다. 또 막후 영향력 '행사설(說)' 등에 휘말린 최경환 의원에게도 여전히 절대적 신뢰를 갖고 있고, 2007년부터 자신의 '입'을 맡아 온 이정현 전 의원도 다시 캠프 공보단장을 맡겼다.
"능력 위주로 신중하게 인재를 고르되, 그에게는 무한 신뢰를 보낸다"는 게 박 후보의 용인술에 대한 측근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에 따라 인수위 인선에서도 자신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최측근 및 측근 및 '싱크탱크' 인사들을 각자 전문성에 맞게 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워도 다시 한 번=한 번 믿음을 준 사람은 결코 잊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현재 박 당선인과 다소 거리가 멀어진 인사들에게도 눈길이 모아진다. 당 한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탈박(탈박근혜)'으로 평가받았던 김무성 전 의원을 총괄선대본부장에 앉히고, 진영 정책위의장을 재신임한 것처럼 인수위 인선에서도 과거 관계가 두터웠던 인사들을 재기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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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냈던 유승민 의원이 눈에 띈다. 올해 초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개정을 반대하고 박 당선인을 공개 비판하며 거리가 멀어졌지만, 박 당선인이 줄곧 경제정책통으로 아이디어가 많은 유 의원을 높게 평가했다는 점에서 관계 회복 가능성이 높다. 19대 총선 공천 탈락 후 친박그룹 내에서 역할이 축소됐던 이혜훈 전 의원의 비서실장 등 요직 발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책능력 및 정치경력 면에서 박 후보 주변의 가장 중량감 있는 여성인재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는 평가다.
◇인수위 깜짝 카드는 누구?=박 당선인의 인사에는 늘 정치권에서 예상치 못했던 외부 인사의 '깜짝' 영입이 등장했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는 한때 안철수 전 예비후보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26세의 대학을 갓 졸업한 이준석씨를 비대위원으로 발탁했다. 대선 본선을 앞두고는 2002년 대선자금 수사로 한나라당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장본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번 인수위에서는 야권 성향의 외부 인재 영입이 점쳐진다. 박 당선인이 비록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1500만 표에 육박하는 현 정부 심판 및 여당 반대 여론을 확인한 만큼, '국민대통합'의 차원에서 인수위에도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교분이 두터운 박상증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당초 박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으로도 거론됐던 중도보수 성향의 송호근 서울대 교수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